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전격 변경
당원 10% 뭉치면 온갖것 발의 가능
당무위 통과 뒤에 개정 추진 알려져
의원 26명의 상정 연기 요청도 반려
더불어민주당으로 남을 것이냐, 독일 나치당의 길을 갈 것이냐.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민주당의 새로운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하는 당헌 개정안이 당내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서 중앙위원회에 상정,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10시 중앙위원회의를 소집해 '당의 최고대의기관인 전당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당헌 개정안을 상정하고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당헌이 실제로 개정되면 권리당원 10분의 1 이상만 서명하면 합당·해산을 비롯한 특별당헌·당규 개정과 개폐 안건을 발의할 수 있게 되는 등 민주당이 강경한 소수 권리당원들의 목소리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를 변경하는 중차대한 내용인데도 이같은 당헌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9일 당무위원회의를 통과하고나서야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 26명은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변재일 중앙위원회의 의장에게 안건 상정과 투표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중앙위원들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에서 해당 안건을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박용진, 중앙위원에 친전…부결 호소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달라"
윤영찬 "나치, '절차만 다수결'로 탄생"
조응천 "히틀러도 국민투표 통과시켜"
박용진 의원은 △당대표 후보조차도 당헌 개정 추진 사실을 몰랐다는 점 △당의 최고의결기구를 갑작스럽게 요식행위만 거쳐 변경해서는 안된다는 점 △전당원투표 근거조항을 꼭 당헌에 신설해야 한다면 최소한 과반 투표, 과반 찬성을 요건으로 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어 "당의 최고의결방법으로 당헌에 못박으려면 '과반 투표, 과반 찬성'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며 "전체 당원을 대의하는 전당대회보다 더 중대한 의사결정이라면 적어도 전당원의 과반의 참여가 진정한 당원 총의 반영에 부합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의 절차적·내용적 논란에 대해 충분히 공론화하고 총의를 수렴해서 민주당의 민주주의와 숙의·토론을 지켜내야 한다"며 "오늘 이 안건을 부결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윤영찬·조응천 의원 등은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하는 당헌 개정안은 국민투표를 독재에 악용했던 독일 나치당의 히틀러 사례와 같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실제로 독일의 나치 독재 체제 뿐만 아니라 유신정권 등 국내외의 권위주의 정권·체제는 대의기관을 무력화하는 국민투표를 적극적으로 애용한 바 있다.
윤영찬 의원은 전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에서 "나치 탄생도, 히틀러가 총통이 된 것도 (국민투표를 통해) 독일 국민 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이라며 "절차만 다수결로 이뤄지면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SNS를 통해 "독일은 독재자 히틀러의 국민투표제 악용 경험 때문에 국민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1933년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도, 1934년 신임투표도 히틀러와 나치는 국민투표로 통과시켜 전체주의 체제로 치달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 전원투표제는 120만 권리당원 중 10%만 뭉치면 무제한적으로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있다"며 "마치 대한민국에 대통령과 행정부만 있으면 되고 국회는 필요 없으며, 국회의 역할은 수시로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된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