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체·비유·의식·문장력 고2급…“청년에 속고 하버드에 속았다”
탄원서 내용보다 유출 경위 이슈화, 이준석 수법
이준석의 광주 병(病) 원인도 이제야 알 것 같아
전교조 세대 교조적 역사 인식, 친 진보 성향 뿌리
‘광란의 파티’와 ‘관저 내 친구들 키스’로 화제와 비난의 대상이 된 핀란드 30대 여성 총리 산나 마린은 이준석과 같은 85년생이다.
나이만 같다. 마린은 20대 초반부터 시의원 재선 후 국회의원 재선, 사회민주당 부대표, 교통부 장관을 거쳤다. 이준석은 박근혜의 스카우트로 26세에 당 최고위원-비대위원이 됐다. 이후 10여년 동안 국회의원 3번 낙선 외에 조직 사회 경험이 전무한데도 말솜씨 좋고 시대를 잘 타 0선 야당 대표가 됐다.
마린은 마약 사용 의혹이 일자 자비로 검사를 받아 음성 결과 받고 사과도 했다. 이준석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댄스파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저질의 성 상납(접대)과 그 증거 인멸 교사 행위에 대해 ‘안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다른 프레임으로 공격과 논란을 이어 가며 피해자 호소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젠 대통령 윤석열과의 맞짱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그의 우군은 현재 정체성이 모호한 두 세 명의 초재선 의원들이 전부다. 도를 넘은 언사(言辭)와 ‘청년’ ‘혁신’ 등의 허상에 가려져 있던 실체가 드러나면서다.
그의 자필 탄원서는 의미가 큰 문서다. 악필(惡筆)임에도 자필로 썼다. A4 4매 분량의 개발새발 글씨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 읽기는 적지 않은 고통이다.
컴퓨터 전공자가 볼펜과 백지를 택한 것은 그 탄원(歎願)의 간절함을 시각적, 물리적으로 판사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순천고 출신으로 우리법연구회 핵심 멤버였다는 이번 가처분 판결 주심 황정수도 글을 읽느라 고생 좀 했을 듯하다.
이준석은 이 탄원서 공개와 반응을 국민의힘 당내 인사의 열람권을 이용한 ‘셀프 유출’, ‘셀프 격앙’이라고 주장한다. 이슈 파이팅이다.
중요한 건 내용임에도 유출 경위로 소음을 일으키는 수법이 매우 이준석스럽다. ‘안전핀 뽑힌 수류탄’(김기현) 급의 막장 비유 외에 ‘셀프 폭로’한 그의 학식과 지적 수준이 심각하다. 집권당 대표의 그것이라고 하기엔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주술 관계가 잘못된 비문(非文)도 눈에 거슬리거니와 ‘절대자’ 등의 용어 사용이 생경(生硬)하다. 윤석열을 정부도 아닌 여당에 절대자로 군림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이들이 이준석 말고 있는가?
민주화 이후 4번째 보수 대통령으로서 법치를 내세우는 윤석열에게 전두환이라니……. 민주당이나 진보좌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아하게 읽혀졌을 말이다.
‘신군부’에 현 대통령을 빗댄 것도 엉뚱하다. 그의 단편적이고 교조(敎條)적인 역사 인식을 보여 준다. 전교조 세대 이준석에게 전두환은 악의 화신이고, 역사를 바꾼 최대 사건은 5.18인 것 같다. 선동 소책자를 읽고 정치에 막 눈을 뜬, 감상적인 고2 수준이다.
“그들의 오판에 따라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도록 강제된 것은 민주주의의 수호가 그들의 역할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광주의 시민이었습니다. 서울역 회군 학생들이 며칠 뒤에 광주에서 발생한 비극을 보고 그 짐을 나눠 짊어지지 못한 것을 평생 자책하는 것을 보면서 작금의 정당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제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은 짊어지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읽기가 굉장히 힘든, 작문 실력 부족한 학생의 글이다. 서울의 봄 현장에 참여했던 필자는 ‘회군(回軍)’ 당일 남대문에서 시내버스 한 대가 뒤집혀지고 불태워지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광주 ‘시민’들의 경찰서 무기고 탈취에 의한 무장, 총격전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두환 공수부대의 초기 과잉 진압은 그들의 중대 실책이고 범죄 행위였다. 그리고 서울대생들의 ‘회군’ '은 규모와 영향력에서 전체 시위대의 2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아 타대학 학생들이 아쉬움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준석의 저 인용문으로 보아 그가 표로 이어지지 않는 광주 다지기에 병(病)적으로 집착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노회찬, 이정희 같은 좌파 정치인들을 추앙하며, 문재인에게는 90도 인사로 극도의 존경심을 표하면서 윤석열 같은 보수우파 관료, 고시 출신들은 무시하는 친(親) 진보 성향의 배경이 이해된다.
1년 전 당 대표 이준석은 최고위원 조수진이 그가 대장동 연루 소속 의원 처리와 관련해 소집한 심야 긴급회의에 대해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전두환 신군부 소리 들어가면서 굳이 당무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당무를 거부했다. 그랬던 그가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신군부라 하며 공격한다.
이준석의 탄원서는 그가 특혜로 보수우파 정치인이 됐으나 사실은 ‘보수의 탈을 쓴 얼치기 진보좌파임’을 고백한 커밍아웃이다. ‘청년에 속고 하버드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너 죽고 나 죽자’식 분탕질을 통해 예의(싸가지)도 없는데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만화-무협지-게임 3종만 좋아하는’ 37세 하버드 출신이다.
그의 서열, 계급의식(정진석과의 싸움 등에서)과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증언으로 보면 아랫사람(나이나 직위)을 하대(下待)하는 권위주의적 태도가 몸에 밴, 혁신이나 진보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도 ‘폭로’되고 있다. 그는 ‘청년정치꾼’들에 대해 이런 어록도 남겼다.
요즘 그의 천적으로 급부상 중인 장예찬은 이 말을 이준석에게 돌려주고 있다. 앞으로 이준석보다 더 똑똑하고 예의를 아는 정치인들의 출현 예고다.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 때 눈물을 흘렸는데, 우리는 눈물을 흘릴 자격이 없다. 수많은 이름 없는 청년 당원들 앞에서 받을 거 다 받은 우리가 약자 코스프레 하진 말자.”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