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설문실험 방법론으로 효과 측정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관련, 익명성 및 프라이버시 보장 수준이 높을수록 CBDC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경제연구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프라이버시 : 무작위 설문실험)’에 따르면 익명성 및 프라이버시 보장 정도에 따라 잠재적인 CBDC 사용자의 수용성이 달라졌다.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봉섭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권오익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무작위 설문실험 방법론을 활용해 이같은 수용성을 측정했다.
이들은 한국리서치와 함께 설문참가자에게 공통적으로 돈세탁방지규정(AML), 테러자금조달방 지(CFT) 준수를 위해 CBDC 거래기록을 남기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과 함께 거래정보 관련 저장방식 및 CBDC 사용의 편익관련 정보 제공에 차이가 나도록 6개의 처치집단으로 분류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설문응답자 3514명을 대상으로 했다. 6개 처치집단은 ▲결합저장 ▲분리저장 ▲소액익명 ▲결합저장x개인정보활용방지 ▲분리저장x개인정보활용방지 ▲소액익명x개인정보활용방지로 나누었다.
설문조사 결과 설문 문항별 CBDC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22~48%로, CBDC의 프라이버
시 및 익명성 보장 정도가 높을수록 설문 참가자들의 CBDC 사용 의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성 및 프라이버시 보장 정도가 높은 분리저장이나 소액익명집단의 경우 CBDC 사용 의사가 결합저장집단 대비 증가했다. 재화의 성격에 따른 구분에서도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재화 구매 시 CBDC 사용 의사가 프라이버시에 민감하지 않은 재화 구매 시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실증분석 결과도 공유했다. 실증분석은 프라이버시 및 익명성 보장 정도가 가장 낮은 결합저장 집단의 설문응답 값을 기준으로 다른 집단의 설문 응답 값과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분석 결과 프라이버시 민감 상품 구매 시 결합저장 대비 다른 집단의 CBDC 사용 의사가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했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버시 민감 상품 구매 시 현금 선택이 가능한 경우, 결합저장 집단 대비 CBDC 사용 비율이 분리저장 집단은 7%p, 소액익명 집단은 5%p로 각각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금 선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능한 경우에 비해 CBDC 사용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 경우에도 분리저장 집단은 11%p, 소액익명 집단은 9%p 정도 크게 늘었다.
프라이버시 민감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개인정보활용방지 처치집단에서 동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집단에 비해 CBDC 사용 의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현금 선택이 가능한 경우에는 6%p, 현금 선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4%p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번 설문 및 실증분석 결과는 CBDC 도입 시 프라이버시 및 익명성 보장 방안을 매우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CBDC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및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CBDC를 설계하고, 동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