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구속 전 피의자 신문서 비번 제공 협조 약속"
손준성 측 "이미 재판 넘어온 이상 협조 못해"
재판부 "공수처, 협조적인 증인부터 신문하려고 해"
9월 26일 공판 준비 절차 한 번 더 연 후…증인채택 여부와 증인신문 순서 결정키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게 태블릿PC와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부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수처는 "피고인의 휴대전화 태블릿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을 조서에 남겨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수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협조하겠다'고 약속하신 바 있지 않느냐"며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손 부장 측은 "이미 재판에 넘어온 마당에 협조할 수 없다"며 "(비밀번호를) 제공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준비기일에서는 증인 신문 순서를 두고도 공방이 오고 갔다. 재판부는 "공소유지에 협조적인 증인들이 먼저 신청된 것 같고,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증인들이 후반부 배치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1, 2차 고발장의 피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언론에 보도한 전혁수 기자를 증인 신문의 앞 순서로 배치했는데, 이를 두고 재판부는 협조적인 증인이 우선 배치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수처는 "시간 순서로 간 부분이 있다"며 "최 의원은 피고발인이기 때문에 느낀 바와 정황을, 전혁수 기자의 경우 제보 정황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손 부장 측은 "객관적 사실에 대해 먼저 증언할 증인이 나와야 한다"며 "먼저 고발장에 등장하는 피고발인이라고 해서 먼저 나오면 본인 의견 위주로 증인 신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재판부는 손준성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변호인 측은 "처음부터 피고인이 너무 위축되고 증거조사 범위가 확정되지 않아서 어렵다"며 "기억에 따라 진술이 객관적 관계와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변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부장은 2020년 4월 총선 정국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김웅 의원과 공모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사 때부터 혐의를 부인해왔다.
손 검사 측은 재차 공수처의 부당한 기소이고 압수수색 절차도 위법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 한차례 더 공판 준비 절차를 열고 양측의 의견을 고려해 증인채택 여부와 증인신문 순서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