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신의 부재, 지하돌이 파고드는 중
한국의 지하돌이 ‘그들만의 세계’로 불리며 대중에게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한국 아이돌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의존도가 높아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아이돌을 향한 실력 잣대가 높은 국내에서, 지하돌은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서브 컬처 문화에서 시작해 무관심 혹은 편견을 뛰어넘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지하돌 시장은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일본과 한국 지하돌에 관심을 가지고 1년 동안 일본에서 현장 취재를 한 문화연구가 규이는 "커지지 못할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규이는 "의외로 고정 팬층이 꽤 두텁다. 마이너 한 서브 컬처니 관객이 케이팝 아이돌처럼 1만 명이 올 필요가 없다. 1~200명만 있어도 이 판은 유지된다. 더 커질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일본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문화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음악과 거리가 있다. 원래부터 관심 있던 사람들은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일반인들이 이 서브 컬처에 발을 들이면 문화 충격적인 면들도 많다"라고 바라봤다.
오리지널 곡을 내고 그룹 만의 색깔을 강화하려는 팀도 있지만 역시 소수다. 규이는 "외부에서 봤을 때 한국적이라고 볼 요소도 많지 않다. 지하돌 자체가 자기들이 일본 아이돌을 좋아하니 팬심에서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라며 "팬들도 일본 서브 컬처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배척하지 않는다. '이 시장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우리를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이 깔려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에 기대를 걸어볼 수는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보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무대를 보는 눈이 높으니 지하돌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과 달리 팬들끼리의 소통이 활발하다는 점도, 지하돌 실력에 정체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팬덤이 작지만 소통이 활발하다는 건 팬덤 내 불순한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자정작용을 하기도 한다.
규이는 "우리나라 관객들은 메인 스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무대에 서는 사람들에게 기준이 높다. 신인에게 무대 퀄리티를 요구하지 않지만 발전이 없다면 솔직한 감상평들이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일본 사람들은 일처리 방침에 불만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메일이나 회사를 통해 건의한다. 한국 팬들은 의견을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좋은 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불만이 있어도 숨기지 않는다. 기대치가 일반적으로 높다는 게 한국 지하돌의 경쟁력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여성 아이돌 그룹의 남성 팬덤에 대한 비교 연구'논문에 따르면 일본 지하돌 세 팀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취재한 결과 세 팀의 팬덤은 절대다수가 남이었으며 1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했다. 그중 두 팀은 중년 팬들이 많았으며 젊은 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규이는 "일본은 관객이 남성에 치우쳐있고 연령대도 높았다. 팀들마다 젊은 팬이 있긴하지만 절대다수가 40대 이상 남성이다. 반면 우리나라 지하돌 공연을 가보면 20대가 다수가 여자도 굉장히 많다. 10대도 꽤 많다. 3~40대 팬들은 지하 아이돌을 소비하기보단 운영을 하거나 국내에서 운영을 하거나 스태프로 활동을 하고 현지로 넘어가서는 팬으로 활동한다. 다양한 연령대가 지하 아이돌 팬덤에 존재한다는 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규이는 무엇보다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음악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규이는 "서브컬처의 물리적 근거지는 홍대나 상수 등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다. 10년 전 힙합 공연을 하던 곳들에서 현재 지하돌 공연을 한다. 새로운 언더 그라운드 음악신이 생겨나고 있다"라며 "일본의 지하돌이 활성화된 이유 중 하나로 무대가 필요한 지하돌과 무대를 운용해야 하는 라이브 하우스 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점도 유효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지하돌도 기대해 볼 가능성은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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