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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생존법②] 무역 악화·경기 둔화·서민 고통…쌓여가는 ‘리스크’


입력 2022.09.02 06:30 수정 2022.09.01 09:49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수입 물가 급등…무역적자 연간 최대

소매 판매 지수 5개월째↓…경기 침체

환율→물가상승→금리인상→가계 부담

“저소득층 경제 양극화 심화할 수도”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9.10원 상승한 1,350.40원으로 표시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발언임에도 시장이 받은 충격은 컸다. 증시는 하락했고,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돌파했다.


달러 강세는 최근 연이은 무역적자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수출 물가보다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교역조건이 펼쳐지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 물가는 1년 전보다 8%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 물가는 23% 늘었다. 국제유가와 원자잿값, 환율 등이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수출 물가 대비 수입 물가가 폭등하면서 무역 상황은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무역적자는 지난달 20일 기준 255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연간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수출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 수량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역대 최저인 82.55를 기록했다. 같은 물량을 수출했을 때 10개를 수입할 수 있던 것이 8개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론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이마저 통하지 않는다. 달러 강세가 세계적인 상황이다 보니 우리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나 일본 등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다.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모두 추락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 구조 상 무역수지 악화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생산과 투자 지표도 줄어 소비·생산·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3개월 만에 나타났다.


수출과 내수가 주춤하면서 제조업 재고율은 전년 대비 17.2% 늘었다.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재고 증가율은 80.0%에 달했다.


8월 무역수지가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들이 국내 경기 침체 전조증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3분기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리가 오르고 주식 등 자산 가격도 꺼지면서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으로 인한 착시효과를 제외하면 한국경제의 장기 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은 기준금리 인상도 불러온다. 이미 미국 기준금리(2.25~2.50%)가 한국(2.50)을 따라잡은 상황인데,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금리 역전에 따른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도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걱정은 물가다. 원·달러 환율과 수입 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고스란히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또 고민하게 된다. 환율이 물가를 밀어올리고, 높아진 물가가 다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승덕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적극 대응하다 보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자 수지가 악화하며,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이 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해 자산 가격 변동과 취약계층 채무 불이행 상황과 같은 금융 불안정 요인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킹달러 생존법③] ‘경고’만 날리는 정부, 통화스와프 외 마땅한 카드 없어…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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