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들이 볼 때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이전과는 달라진 반려문화도 항상 고려.”
“결국 인간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서 동물과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책임감 가지면서 아이템을 선정한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는 46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인 인기 채널이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동물과 교감해오고 있는 SBS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동물농장’의 영상을 적극 활용하기도 하지만 ‘애니멀봐’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매주 일요일 ‘동물농장’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동물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물론, 오리지널 시리즈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 ‘나는 새끼다’ 등을 통해 TV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완벽하게 동물이 주인공인 채널로, 귀여운 동물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채널 운영을 담당하게 된 황성준 PD 또한 명확한 주제로, 시청자들의 취향을 완벽 저격 중인 ‘애니멀봐’의 매력에 매료됐었다.
“‘동물농장’의 버티컬 채널이 정체성이다. 과거 방송됐던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로 옮겨놓고, ‘애니멀봐’ 식으로 재해석하고, 재편집한다.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일주일에 10개의 영상을 업로드하고자 한다. 그중 두 개는 오리지널로 채우려 한다. 나도 동경하던 채널이었다. 동물을 다루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관심도가 높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동물농장’에서 미처 담지 못한 동물, 주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보호소에서 태어난 꼬물이들과 동거기를 담는 ‘꼬랑지’를 비롯해 햄스터, 거북이 등 작은 동물들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이야기를 담는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 기니피그, 고슴도치 등 새끼 동물들을 관찰하는 ‘나는 새끼다’ 등이 그 예다. 가벼운 주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묵직한 내용까지. PD들이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라면 언제든 시도해볼 수 있는 유튜브의 장점을 십분 활용 중이다.
“‘나는 새끼다’는 담당 PD가 이런 주제를 다루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된 경우다. 새끼들의 귀여운 면모를 전달하면서도, 귀엽다고 무턱대고 기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한다. 주의점이나, 힘든 부분들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해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꼬랑지’ 역시도 PD님의 동물 구조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가 된 동물이 새끼를 낳았던 일이 있었는데, 이후 이런 내용을 다뤄보고 싶다고 하더라. 온라인 콘텐츠다 보니 가볍더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가급적 할 수 있도록 한다.”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동물농장’에도 가끔 스타들이 출연할 때도 있지만, ‘동물농장’이나 ‘애니멀봐’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동물’이 가장 중요하다. ‘애니멀봐’의 핵심을 잃지 않는 것이 460만이 넘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된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들을 좋아해 주신다.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것을 봐주시는 분도 있고, 혹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특징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보다 동물이 중심이 될 때 더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가끔 주인이 나오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영상도 있는데, 동물이 중심이 되는 영상들이 가장 반응이 좋다. 동물은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 시청자들에게도 어필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자막 등도 TV프로그램보다 자유롭고, 재밌게 만들되,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는 ‘애니멀봐’만의 매력을 지키는 것도 중요했다. 귀여운 동물들을 통해 힐링을 얻는 시청자들도 많은 만큼,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늘 신경을 쓰고 있다.
“TV프로그램 보다는 심의나 이런 부분들이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반려인들이 볼 때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있다. 재기 발랄하고, 재밌게 만들면서 MZ세대를 겨냥하기도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구독자 분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이전과는 반려문화가 달라지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잘 캐치하는 것도 신경을 쓰고 있다.”
‘동물농장’이 그렇듯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동물농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어나가는 것이 ‘애니멀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론칭할 때도, 이왕이면 동물들의 귀여움에만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나 메시지를 함께 얻어갈 수 있도록 제작을 하고 있다.
“‘동물농장’은 결국 인간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서 동물과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사회적인 책임감 같은 부분도 포함이 돼 있고, 그걸 저희도 함께 가지고 간다. 버티컬 채널이라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그 책임감을 항상 가지면서 방송을 하고, 아이템을 선정한다.”
이에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등 좀 더 폭넓은 주제를 다뤄보기도 했다. ‘가장 빨리 멸종될 동물은 무엇일까’, ‘고라니는 대체 왜 이렇게 우는 걸까’ 등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주제, 메시지를 점차 넓혀나간 ‘동물탐구생활’이 그 예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재미를 넘어 의미를 남기는 일도 해나갈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조회 수가 높진 않아도 반려동물 이야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난 콘텐츠를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동물탐구생활’이라는 코너인데, 조회수는 높지 않았다. 야생동물을 다루면서 동시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렵고 머리 아픈 이야기다 보니 많은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있지는 않았지만, 460만 명의 채널이 이런 주제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