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공공기관 경영혁신, ‘낙하산’에 달렸다 [장정욱의 바로보기]


입력 2022.09.05 07:00 수정 2022.09.04 18:44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재부 속도 내는 공공기관 혁신

반복하는 ‘알박기’에 성과 퇴색

천하의 ‘명검’도 누가 쓰느냐가 중요

기획재정부 안내판. ⓒ데일리안 DB

法者 治之端也 君子者 法之原也(법자 치지단야 군자자 법지원야)

법은 다스림의 발단이고 군자는 법의 근원이다.


故有君子 則法雖省 足以遍矣(고유군자 즉법수성 족이편의)

군자가 있으면 법이 비록 생략될지라도 두루 미치게 될 것이고


無君子 則法雖具 失先後之施 不能應事之變 足以亂矣(무군자 즉법수구 실선후지시 불능응사지변 족이란의)

군자가 없으면 법이 비록 갖추어졌다고 할지라도 시행의 선후를 잃어버려 일이 변하는 것에 대응할 수 없어 어지럽게 될 것이다.


전국시대 후기 대표 철학자 순자의 말이다. 순자는 ‘제도’보다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겼다. 아무리 훌륭한 법과 제도를 갖췄다 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재부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을 현행 130개에서 100개로 30개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가 직접 관리·감독해 온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일부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해 주무 부처가 직접 관리하게 된다. 해당 공공기관의 사정을 잘 아는 주무 부처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임직원 성과급과 직결되는 경영평가는 재무성과 배점을 지금보다 2배로 늘린다. 반면 이전 정부에서 강조했던 사회적 가치 배점은 줄이기로 했다. 직무급 도입 우수 기관에는 총인건비 인상 등 혜택을 준다. 음주운전 등 공공기관 임원 비위 징계 수준은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한다.


기재부 공공기관 혁신안을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그동안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문제로 지적돼 온 만큼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재무성과만 강조해 공익성을 약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 비핵심적인 기능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민영과 우려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일축하지만, 논란이 분분한 건 사실이다.


이번 공공기관 혁신안에 딴지를 걸 생각은 아니다. 다만,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본질적 문제를 파악하는 데 빠뜨린 대목이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모든 정권에서 반복하는 기관장 ‘낙하산 인사’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혁신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전임 정부의 낙하산 인사, ‘알박기’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여당 정치인들은 일부 부처, 기관장에 대해서는 대놓고 사퇴를 압박했다. 이러한 압박은 ‘찍어내기’ 형태로 현실화하기도 한다.


알박기와 찍어내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하는 문제다. 어떤 정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장담컨대 현 정부도 4년 후 정권 교체기가 오면 ‘알박기’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고민 끝에 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혁신안에 따라 공공기관을 운영해야 할 사람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결국엔 그걸 다루는 사람의 능력이 문제 아닌가. 기관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고, 관련 경력도 전무한, 그냥 정권과 친한, 권력층과 가까운 사람이 대표가 되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있겠나. 제도가 아닌 사람이 문제다.”


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말이다. 그의 말과 순자의 생각이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제아무리 잘 만든 제도라도 쓸모가 없다. 천하의 명검(名劍)도 결국 쓰는 사람에 따라 짐승 잡는 칼에 그칠 뿐이다. 도구보다는 장인(匠人)이 중요하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