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여름 휴가지 발모랄성서 서거
에드워드 8세 '왕위 포기 사태'로
조지 6세 즉위해 왕위계승 1순위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했다. 향년 96세이자 재위 70년만이다.
9일(한국시각) 영국 BBC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는 이날 영국 왕실의 여름 휴가지인 스코틀랜드 발모랄 성에서 서거했다. 서거한 시각은 영국 시각으로 8일 오후 6시 30분으로 전해졌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26년 4월 21일 요크 공작 조지의 장녀로 태어났다. 요크 공작 조지는 당대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차남이었으며, 위로 형인 에드워드가 있었기 때문에 태어날 당시에는 왕위계승과는 무관한 처지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가 10세이던 1936년, 왕위에 올랐던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의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과 혼인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동생인 요크 공작 조지가 조지 6세로 왕위를 계승하면서, 장녀인 엘리자베스 2세도 자동적으로 왕위계승 1순위가 됐다.
2차대전 종군…1952년 왕위계승
재위 70년간 15명의 총리 거쳐가
처칠 등 '여왕 폐하의 내각' 이끌어
공주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군 여군 부대에 운전장교로 입대해 대위로 예편했다. 이후 전쟁이 끝난 뒤인 1951년 11월, 부왕 조지 6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엘리자베스 2세는 섭정으로 임명됐다.
섭정으로서 영연방 국가를 순방하던 엘리자베스 2세는 케냐 방문 중이던 1952년 2월 부왕 조지 6세의 부음을 접했다. 부왕이 서거하면서 여왕은 케냐에서 자동적으로 왕위를 계승했다. 정식 대관식은 이듬해 6월에 치러졌다.
이후 70년간 왕위에 있으면서 여왕은 △제2차 중동전쟁에서의 굴욕 △식민지의 잇따른 독립에 따른 대영제국의 해체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CC) 가맹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승전 △파운드화 위기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부결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영국의 EU 탈퇴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지켜봤다.
70년 재위 기간 동안 영국 총리만 15명이 여왕의 곁을 거쳐갔다. 여왕이 가장 처음 맞닥뜨린 총리는 윈스턴 처칠 경이었으며, 열다섯 번째 총리는 가장 최근에 임명된 리즈 트러스다. 그외에도 앤서니 이든·해럴드 윌슨·마거릿 대처·토니 블레어 등 영국과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대정치가들이 '여왕 폐하의 내각'을 이끌었다.
70년의 재위 기간은 영국 국왕으로서는 역대 최장의 재위 기간이며, 중세 이후의 세계 군주로서도 프랑스의 루이 14세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부군 필립 대공과의 사이에서 3남 1녀
장남 찰스 왕세자, 자동으로 왕위계승
정식 대관식까지는 수 개월 소요될 듯
가족 관계로는 부군 필립 대공과의 사이에서 3남 1녀를 낳았다.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족인 필립 대공과는 1947년 11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혼인식을 가졌으며, 이에 따라 영국의 에딘버러 공작이 된 필립 대공은 지난해 99세를 일기로 먼저 타계한 바 있다.
1948년 11월에 태어난 장남 왕세자 찰스는 이날 여왕의 서거로 73세의 나이로 왕위를 계승했다. 여왕은 영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14개 '영연방 왕국'의 국왕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 지위도 이날로 찰스 왕세자에게 계승됐다.
왕위는 자동적으로 계승됐지만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르기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왕도 1952년 2월 6일에 부왕 조지 6세가 서거했지만, 대관식은 이듬해 6월 2일에야 치렀다. 찰스 왕세자는 찰스 3세로 즉위할 수도 있지만, 다른 왕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외에 여왕과 필립 대공 사이에는 1950년 8월생인 앤 공주, 1960년 2월생인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 1964년 3월생인 웨식스 백작 에드워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