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왕국' 일제히 애도 기간 돌입
캐나다 "치세 군주 서거 가슴 아파"
호주 "우리 마음 속의 유일한 군주"
뉴질랜드 "우리를 위해 끝까지 헌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향년 96세·재위 70년만에 서거하자, 세계 각국 정상들도 일제히 조의를 표했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국의 국왕이기도 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왕국'에서는 공식 애도 기간이 선포됐다.
영국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일(한국시각) 백악관 포고문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는 한 명의 군주 이상으로, 한 시대를 정의했다"며 "영국과 미국 간의 동맹의 기반을 심화한, 필적할 수 없는 존엄을 보유한 여성 정치가"라고 애도했다.
오랫동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1982년을 시작으로 수 차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해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자격으로는 지난해 6월에 여왕을 알현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모의 의미로 여왕의 장례가 마무리되는 날 일몰시까지 백악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포고했다.
여왕은 재위 중 해리 트루먼·드와이트 아이젠하워·존 F 케네디부터 시작해 최근의 버락 오마바·도널드 트럼프·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14명의 미국 대통령을 카운터파트로 거쳐간 바 있다.
최대 동맹국 미국, 백악관에 조기 게양
여왕의 '14번째 미국 대통령' 바이든
"영미동맹 심화한, 필적할 수 없는 분"
포고문 발표하며 깊은 추모의 뜻 밝혀
'영연방 왕국'인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에서는 일제히 국상(國喪)이 선포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즉위 이래로 영국의 여왕일 뿐만 아니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국왕이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캐나다의 최장수 치세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알게 돼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캐나다 국민을 향한 여왕의 봉사는 우리 국가의 역사에 영원히 중요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어 "캐나다 국민은 언제나 그의 지혜와 연민·온기를 간직하고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왕실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캐나다는 여왕이 즉위할 당시였던 1952년에는 '캐나다 자치령'으로 국기 왼쪽 위에도 호주·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삽입돼 있었으나, 1965년 국기를 지금의 단풍잎 국기로 변경한데 이어 1982년에는 캐나다법을 통과시켜 여왕 재위 중 완전한 독립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여전히 캐나다 국왕으로는 엘리자베스 2세를 모셔왔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리의 유일한 군주였다"며 "여왕의 서거로 역사적인 통치와 봉사의 긴 삶이 끝났다"고 '호주 국왕'으로서의 서거를 독자적으로 선포했다.
아울러 "여왕은 호주를 방문한 첫 (영국이자 호주의) 국왕"이라며 "이곳을 첫 방문했을 때부터 폐하는 우리의 마음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우리 또한 여왕의 마음 속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국장 기간 중 국회 문을 닫기로 했으며, 국회와 연방정부 청사에는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또, 이날 일몰 때 국왕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해 96발의 예포를 발사한다. 호주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위를 대리한 데이비드 헐리 호주 총독과 앨버니지 총리는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새로이 호주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를 알현하기 위해 조만간 런던으로 떠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뉴질랜드가 깊은 슬픔의 시간에 들어섰다"며 "우리가 여왕으로 운 좋게도 모실 수 있었던 이 놀라운 여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왕은 여왕이 사랑하는 국민들을 위해 끝까지 일했으며 완벽한 헌신을 보였다"며 "우리 뉴질랜드 국민은 여왕의 역할과 헌신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공식 애도 기간에 돌입했으며, 영국에서 추도식이 열린 직후 뉴질랜드 여왕으로서의 서거를 기리는 별도의 독자적인 국가 추도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단합 상징한 프랑스의 친구"
독일 "독영 화해 위한 노력 잊지 않아"
이탈리아 "영연방에 대한 헌신 존경"
일본 "일영 관계의 강화에 큰 기여"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영국과 함께 서구 선진 7개국(G7)을 구성하고 있는 유럽의 주요 맹방 국가 수반들도 일제히 애도 메시지를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70년간 영국의 단합을 상징했다"며 "나는 여왕을 프랑스의 친구이자, 세기에 걸쳐 오랜 인생을 남긴 친절한 군주로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깊이 애도한다"며 "2차대전 이후 독일과 영국 사이의 화해를 위해 애썼던 여왕의 노력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여왕의 영국 및 영연방에 대한 헌신, 봉사의 정신과 깊은 위엄은 끊임없이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었다"며 "영국 왕실과 내각, 그리고 모든 영연방 국가 국민들에게 우리 이탈리아의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전했다.
동아시아의 입헌군주제 군주국이자 섬나라로 영국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일본도 애도의 분위기에 돌입했다. 일본 주요 언론사들은 일제히 영국 왕실과 일본 왕실 사이의 교류사 등을 전하며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격동의 세계정세 속에서 영국을 이끌었던 여왕의 서거는 영국 국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손실"이라며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왕은 일본과 영국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며 "일본은 영국 국민들이 깊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