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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해 ③] 여가부 장관이 쏘아올린 '여성혐오 범죄' 논란


입력 2022.09.22 05:30 수정 2022.09.22 08:07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김현숙 여가부 장관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진보정당·여성단체 등 여가부 비판

시민·정치권 "여성이어서 범죄 표적, 명백한 젠더폭력" vs "남자가 피해자 되기도, 현상에 대한 오독"

임명호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 구조적 폭력"…윤김지영 "남성 중심적 사고서 기인한 사건"

이수정 "여성혐오 범죄? 네이밍 중요한 게 아냐…반의사불벌죄 폐지해 재발 막는게 가장 중요"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는데, 이번 사건을 "여성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자 젠더폭력,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로 보는 의견과 "여성을 혐오해서 가해자가 살해한 사건은 아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정치 쟁점화보다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찾는데 보다 집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데 대해 제일 먼저 반대 의견을 밝힌 사람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신당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사건이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피해자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보당, 녹색당, 전국여성연대 등은 19일 여가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여성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여성이라서 죽었다'고 외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 장관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스토킹과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젠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비극을 남녀갈등의 소재로 동원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며 "우리 사회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천인공노할 범죄자가 있고, 그 피해자 역시 남녀가 될 수 있다. 단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여성혐오라고 규정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신당역을 찾은 직장인 박모(30)씨는 "여성이 신체 구조상 사회적 약자라 발생한 여성 혐오 범죄라 생각한다"며 "여성이 아니었다면 범죄의 표적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직장인 송모씨는 "스토킹 사건은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끼리도 일어나고, 남자가 피해를 입기도 하는 일"이라며 "여성을 혐오해서 가해자가 살해한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회의실 앞 복도에 마련된 신당역 역무원 피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서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 사건에서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여성이라는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여성 혐오 범죄이고, 여성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재발방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성의 거부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위해를 가했다고 해석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여성 혐오라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가 2번이나 고소했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한 경찰·검찰 등 스토킹 범죄를 남성의 구애 사건 정도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했다. 피해자가 느끼는 위협감을 낮게 인식한 데에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이냐 아니냐를 네이밍을 어떻게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 때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후 '안익득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이번 사건을 정치 논쟁화해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안 되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시의 대상이 결국에는 스토커가 돼야 하는데 그 스토커를 감시의 대상으로 삼느냐 삼지 않느냐는 그 스토커가 성별이 남자냐 여자냐 하고는 관계가 없다"며 "스마트워치로 여성들만 보호해서 되느냐. 가해자를 내버려두는 현 제도를 대폭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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