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점령지 합병 주민투표 실행
푸틴, 예비군 부분 동원령 발표
러 자국민, 반발 시위 확산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입헌군주제 등으로 왕위를 계승하며 정치권력을 이어받는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는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고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다. 국제사회는 자유로운 의사와 비밀이 보장되는 투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한다.
그런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민에게 부여되는 가장 기본적인 주권마저 무시해버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7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수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양국 군사들의 희생도 모자라 이제는 30만 예비군 동원령도 발동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러시아에서 내려진 첫 군 동원령이다.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주권 보호를 위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35세 미만의 남성 시민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탈영, 도피 등 병역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병역법을 통과시키며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최대 징역 15년까지 처벌이 가능하게 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전국에서 군 동원령에 대한 반발 시위와 자국을 벗어나려는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전투 가능 연령대 남성의 출국을 막는 법안을 오는 28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 동원령이 발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강제 징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러시아로의 합병을 위한 점령지에서의 주민투표도 강제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투표를 강제로 실시하다 보니 투표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잇따른다. 러시아 무장군인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합병 찬반을 직접 확인하고 현지 주민들에게는 투표 내용이 보이는 투명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접지 않고 넣도록 하는 등 공공연히 부정투표를 자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민들의 주권을 넘어 다른 국가의 주권마저 개의치 않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행위는 그가 금과옥조처럼 말하는 "러시아의 주권 보호를 위한다"는 연설은 성립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는 군대징집에 대한 반발시위가 확산하고 군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국가를 버리고 탈출하고 있다. 튀르키예(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 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국가로 항공편은 동난지 오래됐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에는 국경을 넘으려는 차량 행렬이 긴 줄로 늘어서 있다.
또 영토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반발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더 집결시켰고 더욱 강하게 저항하도록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쟁은 장기전이 됐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군은 기세를 몰아 러시아에 뺴앗긴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을 탈환하는 등 수복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추가제재를 가하고 '절친' 중국도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지지하지 않고 패싱하는 바람에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왕따'가 됐다.
주권과 국제규범을 무시한 대가는 앞으로도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국제사회의 규탄과 서방의 제재로 경제는 이미 파탄난 상태다. 여기에다 추가제재가 더 가해진다면 러시아 경제가 회복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명분 없는 침략에 강제로 시민까지 동원한 러시아는 국가경제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살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차대전 패전국이던 독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서방 제재로 파탄이 난 경제와 주권이 짓밟혀서 분노한 민심이 크렘린궁을 향하는 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