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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논란' 법적 대응 유보한 尹대통령, 민생 행보 집중


입력 2022.09.28 04:00 수정 2022.09.28 16:49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법적 대응 판단 유보하고 향후 양상 살피기로

귀국 후 첫 외부 일정서 '민생 문제 해결' 중점

국정 과제 '저출산 문제 극복' 중요성 강조해

다자녀 부모 만나 어려움 청취하고 어린이집 방문해 보육서비스 점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다자녀 공무원들과 오찬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기간 불거진 '발언 논란'과 관련해 강도 높은 입장 표명을 통해 여론전에 돌입했다.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향후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귀국 후 첫 외부 일정에서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담긴 보도가 나오기 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인지했다는 점에 있어 언론과 야당 사이에 모종의 정보 유출 경로가 있었을 것이라 보고 이 부분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의 발언 중 불분명하게 녹음돼 식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특정한 자막을 입혀 최초로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MBC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직접 강조했던 만큼, 고발이나 소송을 통한 진상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관련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보다 신중한 검토 후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MBC를 대상으로 형사 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 등의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일부 보수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수사 진행이 예고된 상황이다. 따라서 굳이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향후 수사 상황과 야권의 움직임 등을 살핀 뒤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아나바다 시장놀이를 하고 있다. ⓒ뉴시스

논란 대응과 별개로 윤 대통령은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국내에서 진행된 첫 공식 외부 일정에서 민생 문제를 챙기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인구 위기 대응에 있어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각오로임해달라"며 인구 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면 개편을 포함해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2021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2040년에 165만 명 이상이 감소할 것이라는 통계청 예측치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 임기 내 추세를 돌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자"며 "모든 부처는 정책 추진 시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동력 하락 등 인구 정책의 관점에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자치시대를 열어 성장의 볼륨을 높이는 한편 돌봄과 교육에 있어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양질의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짚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무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은 중앙부처 소속 다자녀 공무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다섯 자녀를 양육하는 해양수산부 사무관 등 세 자녀 이상 다둥이 부모 공무원 17명이 참여했다. 저출산 기조 속 다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로부터 자녀 양육과 부부 가사분담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윤 대통령은 '남녀용 앞치마와 요리책'을 선물하며 "여성 직장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남편의 가사 분담 아니겠느냐. 이 선물은 남편용으로, 저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농담을 건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참석자들을 향해 윤 대통령은 "공직사회나 대기업은 자녀 양육 문화가 비교적 많이 정착돼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분에겐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며 "자녀 양육을 위한 문화와 제도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에서 영유아 가족 및 보육종사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은 세종시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보육교사 및 학부모, 전문가들과 보육서비스를 점검했다. 아이들과는 시장놀이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지역사회와 국가가 보육의 책임을 대신 해야 한다"며 "보육과 교육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즐겁게 놀고 선생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곧 교육이자 돌봄으로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의 관점에서 교육과 돌봄이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전날 화재로 인해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화재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심하며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기본이자 의무"라는 뜻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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