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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보험 상품 리스크 10조…장기보험만 6조 '부담'


입력 2022.10.10 06:00 수정 2022.10.07 09:5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보험위험액 9조8천억…올해만 3천억↑

새 규제 앞두고 출혈경쟁 부작용 우려

보험 계약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손해보험사가 보험 상품과 관련해 떠안고 있는 리스크가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손해보험업계의 핫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장기보험을 둘러싼 액수만 6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규제를 앞두고 보험사의 경영 여건을 둘러싼 먹구름이 짙어지는 가운데, 손보사들이 당장 쏠쏠한 이익은 거둘 수 있지만 오래도록 부담을 안기는 장기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수면 아래 위험이 알게 모르게 누적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보험사와 보증보험사 등 특수보험사를 제외한 국내 16개 종합 손보사들이 추산하고 있는 보험위험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9조81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6%(3432억원) 늘었다.


이는 손보업계가 지금까지 판매한 상품과 관련해 짊어져야 하는 잠재적 위험이 그 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다. 보험위험액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 시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위험이 커져 발생할 수 있는 보험가격 위험액과 더불어, 훗날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쌓아야 하는 준비금 비용 등을 더한 지표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보험위험액이 2조5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하며 유일하게 2조원을 넘어섰다. DB손해보험 역시 1조8093억원으로 해당 금액이 5.1% 늘었다. 반면 현대해상의 보험위험액은 1조5558억원으로 다소(0.2%) 줄었다.


이어 KB손보 역시 1조3378억원으로, 메리츠화재는 1조2128억원으로 각각 5.5%와 6.1%씩 증가하며 1조원 대를 나타냈다. 이밖에 한화손해보험(5565억원)·흥국화재(3381억원)·NH농협손해보험(2334억원)·롯데손해보험(2318억원)·MG손해보험(1561억원) 등이 보험위험액 상위 10개 손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손해보험사 보험위험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손보사들의 보험 사업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있는 핵심 상품은 장기보험이다. 장기보험은 표현 그대로 가입 기간이 비교적 긴 상품으로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손보업계의 장기보험을 둘러싼 보험위험액은 올해 6월 말 6조465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6%(3420억원) 늘었다. 전체 보험위험액 대비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보업계가 장기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손보사 입장에서 1년 마다 갱신 기간이 돌아오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은 늘 고객 이탈로 인한 수입보험료 감소를 걱정해야 하지만, 장기보험은 길게 20년까지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 측면에서 보면 장기보험은 보험사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긴 가입 기간만큼 적립금을 쌓아야 하고, 그에 따른 이자도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리스크를 감안해 준비해야 하는 부채에 대한 이자까지 계산하면 잠재적인 비용 누수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와중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사를 재무적으로 더욱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는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 입장에서는 경영 차원에서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지만, 출혈 경쟁 양상으로 치닫지 않도록 속도조절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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