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총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의원입법 발의 결정…"신속한 처리 목표"
민주, '여가부 폐지' 반발에 국회통과 난망
"野와의 협상 통해 조율안 만들기에 집중"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여당에 보다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 의원발의로 추진해달라고 요청해서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마친 국민의힘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필수적인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협상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 소속 의원 전원 참여로 의원 입법하기로 결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개편안 추진이 이전보다 좀 늦은감이 있어 보다 신속한 처리 위해 정부 발의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의원발의로 추진해달란 요청 받았다"며 "이전 3차례 경우를 보니 민주당 정부에서도 모두 의원발의 형태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일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출범 150일 만이다. 개정안은 ▲여성가족부 폐지 및 관련 사무 보건복지부 이관 ▲외교부 소속 재외동포청 신설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구해 11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하는 이유는 시간 단축 때문이다. 정부입법으로 처리할 경우 법령 내용을 국민에게 예고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입법 예고)하고, 규제영향 분석과 자체 심사의견 심사(규제 심사), 법령안의 헌법이념 및 상위법과의 위반 여부와 입법내용의 적법성 등 심사(법제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원입법은 발의 과정에서 의원 10인 이상만 찬성하면 상임위 상정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입법은 법제처의 검토를 받는 등 일련의 절차가 있어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며 "그 이후 절차는 의원입법과 같기 때문에 의원입법일 경우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이 개정안이 국회를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보훈부와 동포청에는 긍정적이지만, 여가부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정부 입법으로 원칙적으로 국회에 공식 제출하면 거기에 대해 국민적 의견 수렴,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고 해당 상임위에서 당내 논의 거쳐서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야당에도 설명했는데 야당은 보훈처를 부로 승격하는 일과 재외동포청 신설은 반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여가부 기능 조정에 대해선 우려 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가부 폐지와 기능조정이 우리 당의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민주당에게 공약이행 차원과 정부의 효율적 업무환경을 위해 가급적 도와주고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를 넘어야 한다. 현재 행안위원장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지만 전체 위원 22명 가운데 과반인 12명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민주당 동의 없이는 통과될 수 없는 구조다. 만약 행안위를 넘는다고 해도 법안 소위원회를 또 넘어야 본회의에 상정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협상이 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흐름이 감지되는 것이 아닌 만큼 야당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협상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내 여가부 폐지'와 관련한 질문에 "찬반을 칼로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데 우리가 가진 원칙을 지키고 같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에서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제일 걱정하는 것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 지원 문제다. 사실 다른 업무 부문이 복지부와 많이 겹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며 "이 사안이 정쟁으로 발전할 경우 결국 각자 조건을 내건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이 조율안을 마련할 시간이 아직 있는 만큼 민주당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