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 11일 한국 방문
中 길리자동차와 조인트 벤처 성공 시 투자 고려
부산공장, 중‧대형 차량 생산 기지로
르노그룹이 한국을 중대형 차량 수출 허브로 두고 여건이 갖춰질 경우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증대를 꾀하는 동시에 중국 길리자동차와의 프로젝트 등이 국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경우 투자를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르노그룹 회장은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국 방문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을 새로운 중‧대형 차량 수출 허브 거점으로 잡으려 한다”며 “르노코리아 자동차를 위한 새로운 지향점을 정립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데 메오 회장이 추진하는 부산공장 수출 허브 계획은 수출 물량 생산 능력을 극대화해 르노코리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내수용 뿐 아니라 해외 중‧대형 라인업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나아가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할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데 메오 회장은 “한국의 사업모델은 수출 기반이며, 올해는 6만5000대 이상의 수출을 타겟팅 하고 있고 이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라며 “한국이야말로 혁신 기술의 허브가 될 수 있는 독보적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여건이 갖춰질 경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시사했다. 길리자동차와의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고, 한국이 중대형 차량 생산 기지로써의 투자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국내 시장 출시를 목표로 르노그룹 및 길리홀딩그룹과 함께 하이브리드 합작 모델을 선보이는 ‘오로라(Auror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데 메오 회장은 “여건이 갖춰진다면 향후 6년간 한국에 수억 유로를 투자하기를 원한다”며 “중국 길리그룹과의 조인트 벤처가 계획대로 잘 운영된다는 전제 하에 몇 가지 모델에 대해 개발 승인이 나오면 수익성을 담보할 중기적 공정에 대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데 메오 회장은 2년전 발표한 ‘르놀루션’ 경영전략에 따라 물량보다는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공고히 했다. 그는 “부산공장에서는 연 30만대까지 제조할 수 있지만 이는 이론적인 수치이며, 15~20만대만 달성해도 수익성 있는 모델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판매량을 늘리려는 시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수소차 생산 및 한국 출시 계획과 관련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데 메오 회장은 “아직 전기차를 한국에 소개할 계획은 없지만, 기술은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 르노는 순수 전기 차량을 개발한 최초의 자동차 회사 중 하나”라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것들이 나오고 있어 내연기관에 미래가 아직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SK온‧LG에너지솔루션)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암시했다. 데 메오 회장은 “배터리 3사는 모두 르노그룹의 장기적인 파트너이며 이들의 톱 리더(top leader)를 이번에 한국에서 만났다”며 “배터리 용량 확대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번 한국 출장을 단행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신차에 대한 디자인 컨셉 영상도 공개됐다. 르노코리아는 국내 연구진들이 개발 중인 새로운 플랫폼 기반의 신규 차량이 쿠페형 SUV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