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감독, '검사외전' 이후 6년 만
26일 개봉
영화 '리멤버'가 아직 청산되지 않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잔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관객들에게 물음을 띄웠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리멤버'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 이일형 감독, 배우 이성민, 남주혁이 참석했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일형 감독은 '검사외전' 이후 6년 만에 '리멤버'로 관객 앞에 서게 됐다. 이 감독은 "4년 전에 기획하고 글을 썼다. 시간이 오래 지나 감회가 새롭다"라며 "'검사외전' 찍을 때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아프지 않았다. 연출이라는 짐을 터득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 조금 나아지지 않았나 싶지만, 여전히 영화 찍는 일은 힘들다"라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는 2015년 제작된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의 독일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리메이크 했다. 이일형 감독은 "원작은 유태인이 아유 슈비츠 수용소에서 자기 가족을 죽인 독일 장교를 쫓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원작이 현실을 이야기 한다라는 점이 좋았다. 과거의 이야기는 시대극으로 많이 그려지지만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는 동시대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과거를 쫓으며 복수로 아픔을 해소한다. 우리의 모습인 거 같았다"라고 리메이크한 이유를 밝혔다.
원작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원작은 방향성이 일관됐다. '리멤버'는 인규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통의 20대 청년의 시선을 주고 싶었다. 또 영화의 장르 외향성을 더해봤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감독은 친일파 처단이라는 소재에 대해 "이 시대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맥락보다는 사회를 살아가며 한 번 쯤 해볼 수 있는 생각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교과서로 공부해왔고 현재 사회를 살아가며 느끼고 있는 일들을 한 번 쯤 만들어 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일파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란 맥락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왜 이렇게 됐고, 옳고 그름은 무엇인지 한필주란 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따라가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성민은 극중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지만, 죽기 전 친일파를 제거하려는 80대 노인 한필주를 연기했다. 이성민은 노인의 자연스러운 외형은 물론 걸음걸이와 평소 습관까지 복수 만을 기다려온 한필주를 탄생시켰다. 특히 처절한 복수 속 고뇌하는 한필주의 옷을 입은 이성민은 영화의 방아쇠를 쥐고 달린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야기와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완성작을 보니, 한필주란 인물이 인규와 함께 조화를 잘 만들어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영화에 몰입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게 됐다"라고 '리멤버'를 본 감상을 말했다.
이성민은 노인 연기 주안점을 묻는 질문에 "호기심이 갔고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저보다 훌륭한 스태프들이 필주의 얼굴을 만들어주느라 더 고생했다"라며 "같이 출연한 배우들과 카메라에 잡혔을 때 어색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파트너 남주혁에 대해 "남주혁이 많이 고생했다 싶었다. 필주는 어차피 가야 될 길이 정해져 있다. 남주혁이 연기한 인규는 그렇지 않다. 필주와 동행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필요했을 것 같이다.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구나 싶다. 이건 촬영하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시점이라 남주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필주의 복수 조력자 박인규 역의 남주혁은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평범한 20대 청년처럼 연기해달라고 주문을 받았다. 촬영을 하면서 관객들이 인규의 감정을 따라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과연 인규라면 필주를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 높여져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등을 심플하게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첫 촬영 때 긴장했는데 선배님께서 편안하게 해주셔서 재미있는 시너지가 나왔던 것 같다. 스스로 촬영장을 가는 날이 기대 됐었고 행복했던 기억이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필주와 인규는 빨간색 포르쉐를 타고 복수를 펼치며 카 액션을 보여준다. 이일형 감독은 빨간색 포르쉐를 이동 수단으로 택한 것을 두고 "주인공이 할아버지라 모든 상황과 동작들이 느리다. 하지만 마지막 복수의 감정은 격하고 빠르다. 이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고 빨간색 슈퍼카에 복수의 감정을 태우려 했다. 린 템포의 주인공 동작을 관객들이 심리적으로 다급하게 쫓아가게 만든 의도였다. 또 누구나 생애 마지막 이런 차를 타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도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일형 감독은 "'검사외전'은 검사와 사기꾼이란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버디물이었다면 이건 복수라는 이야기 속에서 80대 노인과 20대 청년의 브로맨스가 강조됐다. 두 남자의 세대 간 화합과 교류, 감정들에 포커스를 맞췄다"라며 관전 포인트를 말했다.
'리멤버'에는 현재 위안부 문제, 친일파 잔재 등 해결되지 않은 한일 간의 관계들이 그대로 담겼다. 이일형 감독은 "첫 기획이 4년 전이었는데 현재도 똑같은 감상을 느낀다면 그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너무 굳어있어서 세상이 바뀌어도 본질은 똑같다. 이 점이 '리멤버'의 가장 큰 속성"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액션, 영화 속도, 복수극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속에서 영화가 가진 메시지, 현대 사회에 남아있는 잔재를 넘어서 옳고 그름은 무엇인가, 사적 복수마저도 옳은 일이라고 봐야 하나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민해 만들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