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 뺐다”…SNS 인증글 쏟아져
예·적금 성장 둔화세…악재에 고심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들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에서 예치된 돈을 빼 타사로 갈아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사 입장에서 고객 유출이 가속화되면 예·적금, 결제·송금 영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페이 고객들은 이틀전 발생한 전산장애로 불안을 호소하면서 다른 회사 서비스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경 SK C&C 판교점에서 발생한 화재 직후 카카오뱅크는 약 1시간30분, 카카오페이는 약 3시간30분 서비스 이용이 제한됐다. 지금도 대다수 주요 기능은 복구됐지만 카카오톡과 연관된 일부 서비스는 복구 중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재성(28)씨는 전날 카카오뱅크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에 예치한 돈을 모두 토스뱅크로 옮겼다. 김씨는 "이번 사태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돈을 모두 넣어놓고 의지하는 게 불안하다고 느꼈다"며 "또 밖에 있는데 돈이 묶이는 상황이 올까봐 두렵다"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한유정(30)씨도 카카오뱅크에 넣어둔 예금을 옮길 적당한 은행을 찾고 있다. 한씨는 "카카오 전체적인 전산 장애 상황을 보니 '이러다 은행 계좌 돈이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최악의 상상까지 했다"며 "금리 혜택이 좋은 은행을 찾으면 계좌에 넣어둔 2000만원 예금을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 상에서도 카카오 금융 계열사에 넣어둔 돈을 빼서 타사로 옮겼다는 인증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공통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금융사로서 신뢰를 잃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접 고객의 돈을 받아 관리하는 금융업 특성상 대개 전산장애는 고객 신뢰에 치명적이다. 카카오 금융계열사들은 다른 계열사와 달리 장애 시간이 1~3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았지만, 카카오 전 계열사 장애가 지속되는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가뜩이나 카카오뱅크가 예·적금 영업에서 경쟁사에 비해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둬 왔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가 새로운 악재가 되면서 예·적금 성장세에 더욱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말 예수금 잔액은 3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73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전체 예수금 규모가 6430억원으로 89.1%(3030억원)나 늘어난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장세다.
액수 측면에서는 토스뱅크가 단숨에 2030억원에 달하는 예수금을 확보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토스뱅크가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점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여 만에 2000억원이 넘는 예·적금을 끌어 모았단 얘기다. 아울러 조사 대상 기간 케이뱅크의 예수금 잔액도 1166억원으로 30.1%(270억원)나 늘었다. 카카오뱅크보다 증가액은 적지만 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페이 사정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125억100만원,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보험 등 자회사 신규 서비스 제반 비용이 증가하면서다. 이번 사태로 매출의 핵심 서비스인 송금, 결제 등 이용이 줄면 실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전산센터를 분할, 백업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주 전산센터를 상암에 두고 있고 분당과 부산 등 3중 복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판교 주전산센터 외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향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적 재발 방지책을 시행하겠다"며 "카카오 공동체 시스템과의 연결성과 이로 인한 영향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사용자분들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