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제기
재판부 "국가 불법행위로 유족들 극심한 정신적 고통 입게 돼"
"희생자들 사망 시점부터 세월 흘렀으나…지연손해금, 변론 종결일부터 발생"
한국전쟁 당시 울산에서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가 약 7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송승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A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1950년 좌익 전향자 계몽 목적으로 결성된 관변 단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8월 육군정보국 소속 방첩대(CIC) 등은 울산에서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예비검속(혐의자를 미리 체포하는 일)하고 집단 총살했다.
희생자 유족들은 1960년 '울산 원사자(怨死者) 유족회'를 결성해 유해 발굴 등을 추진했지만, 5·16 군사정변 이후 전국의 피학살자 유족회 대표가 혁명재판에 회부되면서 유족회의 활동은 중단됐다.
이후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회)가 조사 끝에 이 사건 희생자를 407명으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희생자 대다수가 분위기에 휩쓸려 좌익 단체에 가담했거나 강제로 가입한 농민이었다고 밝혔다.
희생자 유족인 A씨 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작년 2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약 7억원과 1950년 8월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이 사건 희생자들 본인과 그 유족인 원고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사실이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지연손해금은 이 사건 변론 종결일인 올해 8월 26일부터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이 사망한 시점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화가치 등이 크게 상승했을 경우 예외적으로 지연손해금은 사실심 변론 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