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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 수습 이면에…SK C&C의 복잡한 속내


입력 2022.10.20 14:18 수정 2022.10.20 17:12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사장·회장 줄줄이 국감장 불려가는 상황

최대한 입장 표명 자제하고 신중한 자세

사태 초반 경솔 발언으로 뭇매 맞던 카카오와 대비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T 택시가 정차되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톡 먹통 사태'의 원인을 놓고 데이터센터(IDC) 운용사인 SK㈜ C&C (이하 C&C)와 서비스 제공사 카카오의 책임 공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초유의 대형 IT 서비스 사고에 난처한 C&C 측의 속내가 눈길을 끈다.


20일 C&C는 '화재 직전 위험 경고가 있었다'는 일각 보도와 관련해 곧장 자료를 내고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화재 당일 정상적으로 운영됐음을 언급하며 "이상 상황이 없어 위험 경고도 울리지 않았고 이에 따라 담당 직원이 현장을 찾은 일도 없다. CCTV 확인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두 차례 공식 사과를 했지만 '책임 소재'를 두고 별도의 공식 언급을 피해왔던 행보에 비하면 다소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C&C는 지난 15일 화재 발생 이후 4일이 지난 19일 판교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복구를 완료했다. 일단 1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그러나 사태의 원인과 대처를 놓고 서비스 제공사인 카카오측과의 공방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측은 은근히 데이터센터 관리사인 C&C 측의 책임이 크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여기에 맞서 C&C는 '상면임대 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카카오에게 IDC 내 공간 만을 대여해준 것이지, 전체 구축과 운영은 카카오가 맡았기에 책임 소재와 관련해 당연히 카카오측이 더 무겁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C&C 측은 현재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과 박성하 C&C사장이 이번일로 국감장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C&C가 섣불리 입장 표명을 했다가는 대외적인 신뢰도가 추락할 수도 있고 다가올 국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아울러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정전 전원장치용 리튬이온배터리가 그룹 관계사 제품이라는 추측이 기정사실화되면서 C&C 입장에서는 더욱 난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와 관련해 C&C측은 "화재 원인이 밝혀지고 난 뒤 보상문제가 나와야하는데 아직 카카오하고도 이야기가 안 된 상황이라 그 부분은 현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대규모 사태에 대한 경험이 비교적 없었던 C&C 측으로서는 당장 눈앞에 놓인 난관을 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박성하 사장으로서는 특히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IT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큰 상황이다. 법률적인 책임 공방을 넘어서 공간을 대여한 '임대인'의 도의적 책임에 대한 여론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SK C&C는 바짝 엎드려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성하 사장은 두 번이나 사과문을 내고 "불편을 겪으신 국민들께 사과 드린다"며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회사 신뢰도 하락'과 직결되는 보도나 공방과 관련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사태 초반에 '2시간 안에 복구된다' '화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사고다' 등 다소 경솔한 메세지를 내놓으면서 뭇매를 맞지 않았느냐"며 "물론 SK C&C도 화재의 1차적인 책임을 피해갈 순 없다. 다만 카카오 여론을 반면교사 삼아서, 그룹 전체 리스크 테이킹 경험이 있으니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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