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들 약세, '공조2' 천하 이어져
이성민→여진구, 신뢰도 높은 신작 주연진들
9월부터 시작된 가을 극장가 왕좌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공조2는 598억 원(관객 수 584만 명)의 매출로 9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개봉한 '공조'의 속편으로 관객들에게 신뢰감이 있는 상태에서 출발한 점과 액션과 코미디기 적절히 버무려져 있어 추석 연휴부터 시작된 '공조2'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현재 '공조'2는 개봉 7주 차인 현재 누적 관객 수 682만 4479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 중이다. 9월 매출 2위는 중·저예산 규모의 영화 '육사오(6/45)'였다. 8월 24일 개봉한 '육사오'는 9월까지 195억 원(누적 관객 수 195만 명)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공조2', '육사오' 등 코미디가 극장가에서 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조2', '육사오'의 열기들을 이어가기 위해 '정직한 후보2', '인생은 아름다워', '컴백홈' 등이 차례로 등판했다. 하지만 비수기 시즌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 '공조2'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
이에 가을 막바지에 출격하는 한국 신작들은 개봉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평일 일일 관객 수가 4만 명에 그쳐있는 상황에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관객들이 반응을 보였던 코미디 요소도 전무하다.
26일 개봉하는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의 신작으로 이성민과 남주혁이 주연을 맡았다. 이성민은 80대 노인의 외형으로 빈틈없는 열연을 선보였다. 친일파 이야기를 액션과 휴머니즘이라는 외형으로 승부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자백'은 반전으로 호평을 받았던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가 주연으로 나섰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밀도 높은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원작보다 캐릭터들의 깊이를 더해 차별점을 뒀다. 반전의 요소도 추가됐다. 윤종석 감독은 자신이 원작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 각색해 추리 영화로 관객들과 만난다.
11월 16일에도 기대작 두 편이 개봉한다. 김래원, 이종석 주연의 '데시벨'과 여진구, 조이현을 앞세운 청춘 멜로 '동감'이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극이다. '오싹한 연애', '몬스터'의 황인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으면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소음 반응 폭탄'의 시스템으로, 사운드 테러 액션이라는 장르를 앞세웠다.
'동감'은 2000년에 개봉했던 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동명의 원작을 MZ 세대 배우들을 기용해 리메이크 했다. 특히 원작에서는 김하늘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이 과거에 머물렀다면, 이번 작품은 여진구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과거에 살고 있는 인물로 설정해, 성별을 뒤바꿨다.
이미 잘 알려진 히트작이지만, MZ 세대 감성이 더해지고 주인공 캐릭터의 성별이 바뀐 상황이 어떤 색다른 재미를 줄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한동안 청춘물 가뭄이었던 영화계에 젊은 감성으로 태어난 '동감'의 등장이 반가운 그림이다.
'공조2'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낸 유해진은 11월 26일 '올빼미'로 빠르게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틸러 영화다. 유해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았으며 류준열이 맹인 침술사 역으로 출연한다.
두 사람은 '택시 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능청스러운 연기로 사랑 받았던 이들이, 웃음기 없는 정통 사극 스릴러로 대중 앞에 선다는 것도 '올빼미'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 중 하나다.
개봉을 대기하고 있는 작품들은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이성민, 소지섭, 김윤진, 김래원, 이종석, 여진구, 유해진, 류준열 등 충무로에서 '이름 값' 하는 배우들로 포진돼 있다. 극장가 흥행 코드였던 웃음기를 거둔 신작들은 비수기로 말라버린 극장가에 단비를 내릴 수 있을까. 이 작품들이 부진한 결과를 내놓는다면 올해 가을은 '공조2 천하'로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