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욘더'로 첫 드라마 연출
디즈니+, 12월 '커넥트' 공개
SF 장르는 공상과학을 주제로 미래를 배경으로 하거나 상상을 현실의 영상으로 만들어낸다. 이에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 연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적 이론과 드라마가 잘 어우러져야 하며 CG 등 특수 효과 등 비주얼적인 설계가 이질감 없이 대중에게 맞닿아야 해 거대 자본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 이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OTT 창구를 통해 SF 장르가 어느 때보다 빈번하게 대중과 만나고 있다. 드라마에 비해서는 많은 자본과 영화처럼 사전 제작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영화와 비교해서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낯설 수 있는 세계관을 농축시켜야 하는 작업을 시리즈화 해 보다 여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준익 감독이 티빙 SF 멜로물 '욘더'로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이준익 감독의 도전과 신하균, 한지민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캐스팅 돼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준익 감독은 "11년 전 원작을 읽었는데 세계관과 설정에 반했다. 영화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데 OTT라는 플랫폼이 나왔고 여기라면 깊이 있게 다를 수 있을까 싶었다"라고 OTT 드라마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 분)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편 재현(신하균 분)이 '욘더’라는 낯선 공간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총 6부작으로 14일과 21일 2주 동안 전편이 공개됐다.
그 동안 영화를 통해 깊이 있는 메시지와 세심한 연출력을 보여줬던 이준익 감독인 만큼 '욘더' 역시 심도 깊은 메시지와 메시지 등이 탄탄하게 깔려 있었다.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불행을 끝내는 방법은 유한성에 기인한다는 메시지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과 신하균, 한지민의 연기력이 바탕이 돼 시청자들에게 닿았다.
그러나 만듦새는 훌륭하지만 반응은 기대 보다 미지근한 모양새다. 깊이의 차원이 다른 주제는 따뜻하고 짙은 감성과 만나, 휴먼 멜로의 전형성을 탈피한 독보적인 장르를 만들었지만, 지루하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와 관련 "세대차가 큰 작품이다. 젊은 층은 일상에서 죽음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도 적다. 젊은 층에게는 몰입도가 덜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OTT발 SF 물이 활발히 시청자들과 만나며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대중성을 확보해 많은 사랑을 받는 걸로 직결된 작품은 많지 않다. 현재는 넷플릭스 '승리호'의 흥행이 유일하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글리치'도 공개됐지만 다른 장르의 오리지널 작품들이 비해 폭발적인 흡입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 작품들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세계관, 휴머니즘 등으로 SF 물을 설계했지만 감성적인 결론으로 치달았다.
특히 '고요의 바다'는 CG로 우주와 달 등을 표현하는데 주력하며 한국의 VFX 팀의 진일보한 결과물을 보여줬지만, 지루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흥행 동력을 잃었다. '고요의 바다'의 경우 침착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세계관을 주입시키는데 OTT 시리즈가 유리했을지 몰라도, TV 스크린과 모바일로 시청해야 하는 환경 탓에 오히려 극장의 중요성만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OTT 표 SF물 부진에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연출하고 정해인이 주연을 맡은 디즈니+ '커넥트'가 12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이 최초로 도전하는 SF 장르 '정이'를 대기시키고 있다. 흥행이 되지 못하면 드라마와 영화처럼 OTT도 SF 장르 제작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OTT표 SF물의 선방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