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여파에 대외활동 잇따라 중단
12월도 판촉 자제, 애도 분위기 이어질 것
지난 주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유통·식품업계가 마케팅 활동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주요 마케팅 타깃으로 삼아왔던 이들 기업은 당장 준비된 활동을 미루고 애도의 뜻을 표하는 중이다. 남은 하반기 활동도 크게 뒤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핼러윈이 과도한 상술과 마케팅 등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1~15일), 빼빼로데이(11월11일), 카타르월드컵(11월20일~12월18일), 크리스마스까지(12월25일) 이어지는 연말 특수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소비자 이목을 끄는 프로모션을 취소하거나,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행사를 준비한 기업들 역시 애도를 표하는 의미에서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겨울을 보냈던 유통사들이지만 잇따라 자중하는 모습이다.
연말은 업계에 매우 중요한 시기에 속한다. 송년회 등 외부 모임이 활발해지는데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일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선물 등 소비 역시 크게 늘어나는 기간으로 업계가 하반기 ‘성적’을 바짝 올리는 기간에 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연말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소비가 급감했고, 그 영향은 기업 실적으로 반영됐다. 당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 첫 주말 매출이 최대 20% 이상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고물가,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이미 쪼그라든 소비 심리가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사회 전반에 모임·행사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최근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소비 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태원 참사 여파가 내수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 기업 ‘불똥’ 튀랴 쉬쉬…4분기 온라인 중심 마케팅
일각에서는 기업의 과도한 상술이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를 부추기는 배경이 됐다는 비판을 내놓으면서 당분간 적극적인 마케팅을 자제할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역풍’이 두려워 마케팅 방향을 코로나 때 보다 더욱 신중하게 논의하고 실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업계의 연중 대목으로 꼽히는 빼빼로데이가 다음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마케팅 방향이 변경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조용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빼빼로 제조사인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등이 관련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 업체들은 상품 발주가 완료된 상황이라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되,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오프라인 이벤트 등 관련 마케팅 활동을 최소한으로 하고 고객들의 원활한 상품 구매 편의를 돕는 방향을 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상품 판매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관련 이벤트와 오프라인 행사 등을 최소화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향후 마케팅 방향에 대한 고민도 크다. 이번 주로 국가애도기간은 종료되지만, 여전히 침울한 사회 분위기 속 남은 활동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가 과제로 남았다.
결국 4분기 마케팅은 ‘온라인화’ 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유통업체들은 모바일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하거나 카카오톡 입점하기 등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선물 품목도 초콜릿 사탕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목걸이 시계, 팔찌, 꽃다발 등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49재를 고려해 12월까지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코로나 때 학습된 온라인으로 일부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방향을 논의 중에 있지만, 당분간 집객을 위한 마케팅은 아무래도 기업 차원에서도 자중하고 조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