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올해에만 탈선 '2건'·사망사고 '4건'…사고 증가세 가팔라
안전관리체계 '구멍'…전문가 "고강도 점검 통해 대대적 수술 필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연이은 대형 사고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사의 사장이 공공기관장 중에선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고, 사고 발생 이틀 뒤에는 무궁화호 탈선 사고까지 발생했다. 담당 장관이 안전을 주문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 코레일도 난감한 상황이다.
7일 코레일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4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객차 5량, 발전차 1량 등 6량이 선로를 이탈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275명 가운데 25여명이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21명은 상태가 경미해 귀가했으며, 나머지 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1호선 운행은 상하행선 모두 한때 중단됐고, 경부·호남선 등 KTX를 포함한 82개 열차가 20~179분 지연 운행됐다.
사고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
최근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열차 탈선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에만 탈선사고가 3건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지난 3일 철도안전 비상대책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철도안전체계를 재검토할 것을 주문한 지 사흘 만에 발생했다.
수주지원단을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인 원 장관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사망사고도 많다. 지난 5일 오후 8시20분께 경기 의왕 오봉역에서 차량 정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3월 대전에선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 끼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근로자가 숨졌고, 7월엔 서울 중랑역 승강장에서 배수로를 점검하던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9월에는 경기 고양시 정발산역 스크린도어 부품 교체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열차에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분기에 한번 꼴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이로 인해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공공기관장 중 처음으로 입건됐다.
전문가들은 안전 사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안전관리 체계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실 탈선 같은 경우 해외 토픽급일 정도로 드문 사고"라며 "인력이 필요한 곳은 감축하고 인력이 불필요한 곳엔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에 구멍이 난 상황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점검을 통해 안전관리 체계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사고 조사와 함께 강도 높은 특별감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철도업계에선 국토부가 코레일에 고강도의 수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관이 철도 안전을 강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사고가 연달아 터졌다"며 "아무래도 국토부에서도 본보기 차원에서 강도 높은 감사 등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