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제이오 잇따라 상장 계획 철회
올해 철회 기업 11곳...대부분 무기한 연기
자금난 속 기관 외면…내년 대어 행보 주목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증시 회복 속도는 더디고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상장 철회나 연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내년으로 미뤄진 IPO가 증시 회복과 맞물리면서 해빙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KT 계열 전자책 플랫폼 기업 밀리의서재와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업체 제이오가 잇따라 기존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11곳으로 늘어났다.
밀리의 서재는 전날 공시를 통해 코스닥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KT 계열사로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2163억원 수준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부진한 수요 예측 결과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공모가 산정을 위해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100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희망 공모가는 2만1500원에서 2만5000원이었으나 대다수 기관들이 하단인 2만1500원에도 못 미치는 2만원 이하로 공모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상장 철회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시기 상장을 추진했던 제이오도 기관들의 외면 속에 결국 상장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제이오는 희망 시가총액이 5000억원 안팎, 예상 최고 시가총액 6000억원 규모로 2조원대였던 2차전지 분리막기업 더블유씨피에 이은 대어로 주목받아 왔다.
회사측은 상장 철회 이유에 대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 주관회사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윈스토어·라이온하트스튜디오·골프존커머스·태림페이퍼 등 11곳에 달하게 됐다. 이 중 상장을 재추진해 성사시킨 곳(보로노이·대명에너지)고 있고 일정을 다시 확정한 곳(자람테크놀로지)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연내 상장이 예상됐던 케이뱅크와 컬리도 주저하는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내년 1월로 상장 시기를 잠정 연기했고 컬리는 정확한 상장 시점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 한 해 지속된 금리 인상 등으로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비용 부담 증대와 수익성 하락 우려가 커진 것이 IPO 추진에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자금 시장 경색 조짐이 보이면서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의 유동성이 크게 위축된데다 기관투자자들도 IPO 시장에 소극적인 태도로 태세 전환한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올해 IPO 시장은 사실상 막을 내린 상태로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들어 국내 증시가 소폭 상승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내년으로 상장 일정이 밀린 대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증시가 워낙 침체 일로를 걸었고 자금 시장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증시가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수인 만큼 지수 회복과 함께 IPO 환경도 올해보다는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