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 물가 발표 직후 뉴욕증시 3대지수 급등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8%대가 8개월 만에 깨졌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이어진 8% 이상의 고물가 행진이 멈추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지난달(10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올랐다고 10일 발표했다. 8.2%였던 전달 상승률뿐 아니라 월가 추정치인 7.9%보다 0.2%포인트 낮았다. 미 소비자 물가가 7%대를 기록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10월 소비자 물가는 전달 기준으로도 0.4% 오르는데 그쳐 월가 전망치(0.6%)를 밑돌았다.
미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뒤 8.5%(7월), 8.3%(8월), 8.2%(9월), 7.7%(10월) 순으로 4개월 연속 떨어졌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6.3%로 9월(6.6%)보다 0.3%포인트 내려갔다. 월가 예상치(6.5%)보다도 0.2%포인트 낮았다. 전달 대비로도 0.3% 올라 시장 예상치(0.5%)를 밑돌았다.
품목별로도 소폭이지만 인플레가 서서히 완화되고 있다. 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0.9% 올라 9월(11.2%)보다 다소 낮았다. 휘발유 가격도 17.5% 올라 9월(18.2%)보다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미 소비자 물가 발표 직후 뉴욕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7%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5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53% 폭등했다.
국채 금리도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8%포인트 하락한 연 3.946%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23%포인트 떨어지며 연 4.395%를 찍었다.
물가가 정점을 찍고 꺾이는 신호가 뚜렷해진데 힘입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12월에는 금리 인상 폭을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낮출 가능성이 커지게 될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소비자 물가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0.6%를 찍었다.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19.4%)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주택가격 지표인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8월 전달보다 1.1% 하락했다. 7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이다. 2011년 12월 이후 가장 큰 전달 대비 하락폭이다. S&P 주택가격지수는 미 주요 도시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대표 지수로 꼽힌다.
다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7%대 물가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최근 4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등한 월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미국의 주거비 가격은 10월 6.9% 상승해 9월(6.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