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오는 30일 전체회의서 '예산안 의결' 계획
건전재정 전환 기조에 대한 '野 반발' 극복 여부가 관건
민주, '경찰국 예산삭감·기재위 소위 요구' 등 반발
국민의힘 "국가 파탄 내면 화살 野 향할 것"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안개 속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의석을 앞세워 예산 심사를 보이콧하거나 일부 예산을 삭감하는 등 독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의 예산안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번이 윤 정부의 실질적인 첫 번째 나라살림인 만큼 식물 예산안이 되지 않도록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향후 예산정국에서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639조원 규모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경제부처 심사를 실시한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위기 관련 정부의 대응책에 대한 질의를 예고하고 있다. 예결위는 이날까지 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마친 뒤 오는 14~15일 비경제 부처 예산안을 심사하고, 오는 17일 예결 소위원회를 거쳐 30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은 '건전재정 전환'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 679조5000억원보다 줄인 639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내년 예산이 전년도 총지출보다 감액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 같은 기조에 반발하고 있단 점이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윤 정부의 예산안을 '비정한 예산'이라고 비판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국민의힘이 경제 악화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방만 경영'을 지목하며 정부의 긴축 기조에 동참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예산안과 관련 시각에서 평행선을 달린 여야는 향후 예산정국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건 경찰국 관련 예산이다. 지난 9일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소위를 열고 경찰국 설치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 의결로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지난 10일 "정부 조직에 맞도록 경찰을 외청으로 둔 행안부가 인사를 담당 하는 기구라 안 만들면 안 된다. 예결위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예결위 차원에서의 재논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세제 개편 예산안 역시 여야 간 진통이 예고된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의 2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약속한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인하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미 여야는 세제 개편안을 다룰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와 예결소위 구성에서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관례적으로 여당이 기재위의 두 소위 위원장을 맡아왔는데, 거대 의석을 장악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예결소위 자리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지속된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국민의힘 내에선 결국 전면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재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예결소위는 아마 간사 간에 좀 시간을 갖고 서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면서 협의를 하면 결론이 나올 것 같다"면서도 "전반적인 세제 개편안에 대해선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험난한 정국을 예고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예산 관련 상임위 간사 간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수적인 우세를 가지고 절대다수라고 해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지금 예산뿐만이 아니고 그동안의 숱한 정책 이슈, 법안에서도 이미 봐 왔다"며 "이번 예산의 경우엔 감액도 있지만 정부 동의가 없으면 통과될 수 없는 증액도 있는데 민주당이 원하는 이슈가 되는 사업들이 증액과 연계 돼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하며 민주당 측의 양보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민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12월31일까지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인데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직접 일자리 고용 사업, 사회간접자본 사업, 연구·개발 등 예산은 집행되지 않는 만큼 경제성장에 찬물이 끼얹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결위 소속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사상 처음으로 예산안 파탄 내보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는 국가를 파탄시키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현안이 한두 개가 아니고 이태원 참사로 안전예산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에서 반대 입장을 내 준예산으로 넘어가면 화살은 민주당을 향하게 될 것인 만큼 우리도 주장을 굽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