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고령화에 상품 수요 축소
중간지대 두고 손보사와 마찰 우려
생명보험업계가 올해 들어 역성장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생명보험사 상품을 둘러싼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이에 생보사들이 손해보험업계와의 중간지대인 제3보험에 발을 내딛으면서 양측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 30조원 이상인 국내 생보사 7곳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3조6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좋지 않다. 갈수록 30~40대 인구는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인구와 1인 가구 비중은 늘어나며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내년 생보사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확대 등 금융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일반 저축성 보험은 예적금과의 금리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해 변액저축성 보험마저 위축될 것이라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보사는 제3보험에서 파이를 키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3보험이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또는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손보와 생보의 성격을 다 갖추고 있어 모두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지난 4월 흥국생명이 가장 먼저 자동차부상치료 특약을 담은 상해보험을 내놓았다. 이후 동양생명, NH농협생명 등 중소 생보사부터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까지 판매에 뛰어들었다.
이 특약은 운전 중 교통사고와 보행 중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교통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 1급부터 14급까지 부상급수별로 보상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주로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에 탑재해 판매해왔다.
당시 손보업계에서는 판매 영역 경계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해당 특약이 제3보험에 포함된다고 밝히며 일단락 됐다.
생보사는 미니보험이라고도 불리는 소액단기보험 출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거둬들일 수 있는 보험료 규모는 작지만 많은 잠재고객 풀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생보사도 반려동물 보험이나 여행자보험 전문 자회사를 세워 손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보험업계가 디지털 경제 확산과 고령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들을 혁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특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도록 1사1라이선스를 유연화하고, 과도한 상품개발과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며, 영업을 과도히 제약하는 제재도 합리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손보사는 생보사에 고객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사1라이선스에 대해 자세한 사항이 나와야 알겠지만 생보와 손보 업계간 마찰이 생길 수 있어 당국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