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홀딩스, 올 3분기 재고자산 1조2214억원 기록
LF·F&F·한섬·신세계인터 등도 두 자릿수 증가세
야외 활동 증가에 대량 생산했지만 소비 위축
올 3분기 역대급 실적을 낸 패션업계가 재고자산 부담으로 고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 가시화로 의류 수요가 증가할 것을 대비해 신제품을 많이 생산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휠라홀딩스의 재고자산은 1조22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7.6%나 급증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9271억원에서 1조795억원으로 16.4%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자산이 1년 사이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LF의 재고자산도 작년 3분기 3281억원에서 올 3분기 4360억원으로 32.8% 늘어났다. 같은 기간 F&F는 26.9% 증가한 3288억원을 기록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각각 16.4%, 11.2%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기업마다 재고자산이 늘어난 원인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의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대비해 의류를 대량 생산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 성수기 겨울시즌을 앞두고 코트, 패딩 등 다양한 아우터 신제품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고 대체로 온화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재고가 늘고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자산이 쌓일수록 부담이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 특성상 제 시즌에 팔지 못하면 제품의 가치가 떨어진다.
겨울 옷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여름 시즌보다 단가도 높아 재고 보관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진다. 각종 할인 행사도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기조에 이태원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의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수 있어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전달 91.4보다 2.6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100보다 크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휠라홀딩스는 국내보다는 미국 의류 시장 둔화로 글로벌 부문에서 재고가 늘어났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들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로 미국 의류 시장에서 과잉재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으로 미국 시장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다보니 글로벌 부문에서 과잉재고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재고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미국 내 주요 거점 아울렛에 입점해 재고량을 떨어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F&F 관계자는 “F&F는 해외 업체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며 “가을겨울(FW) 시즌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제품을 들여온 것이 재고자산으로 잡혀져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전년도에는 코로나19 재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의류 생산을 유동적으로 대응한 반면 올해는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회복에 맞춰 의류 생산을 늘렸다”며 “특히 성수기 겨울 시즌을 맞아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고자산 규모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재고 자산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