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6차례 연속 금리 인상
금융당국, 은행권 자금흡수 자제령
은행권의 예금과 적금 이자율 고공행진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야 하고, 예·적금을 통한 자금 조달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은행의 과도한 자금 흡수에 제어가 불가피해 당분간 딜레마적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올해 4월을 시작으로 사상 유래 없는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분위기는 잠잠하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을 때 경쟁적으로 정기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마케팅 전쟁을 펼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을 우려하며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탓이다.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으로 은행이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올리자 저축은행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연 6%대로 인상했다. 그동안 높은 예·적금 이자로 고객을 확보해왔는데 시중은행들이 높은 예금금리를 들고 나오면서 위기를 느낀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현금확보가 시급해진 생명보험사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저축보험, 연금보험의 금리를 올려왔다.
금융당국의 자제령 배경에는 2금융권 유동성 문제뿐만 아니라 업권 간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이 곧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작용했다. 예금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곧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으로,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압박을 받고 있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급등케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용대출 뿐만 아니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3.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내 9%까지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은행들은 주요 돈줄인 은행채가 막히면서 당연히 예·적금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지적에 따른 월별 예대금리차 공시 부담으로 예·적금 금리 인상을 해왔던 터였다.
문제는 당국 입장에서도 대출과 달리 예금금리의 경우 직접 규제 수단이 없고, 자금경색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은행권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중장기 유동성 지표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 건전성 규제 완화를 추가로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NSFR은 1년 이내 유출 가능성이 큰 부채 규모를 충족할 수 있는 장기 조달자금을 은행이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금리경쟁 자제령이 유의미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은행의 직간접적인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역대 보지 못한 수준에 직면해 있고, 향후에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정부는 채권시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정부 규제로 충분한 예금 확보가 어려워진다면 은행의 자금 중개 능력마저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금융위ㆍ금감원 합동으로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업권별 자금흐름 현황 및 리스크요인 등을 밀착 모니터링하는 등 긴밀히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