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없는 여섯 차례 연속 인상
고물가 속 통화정책 변속 기어
경기침체 리스크에 의견 갈려
한국은행이 올해 내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에 마침내 변속 기어를 넣었다. 사상 유래 없는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조정폭을 0.25%포인트(p)로 축소한 베이비스텝만 밟으며 관망 모드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다만 내년 초까지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는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0.25%p 인상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1년 6월(3.25%) 이후 11년 5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립금리 상단 또는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진입했다. 더불어 내년 성장률 전망은 기존 2.1%에서 1.7%로 0.4%p 하향 조정하고,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종전 3.7%에서 3.6%로 소폭 낮췄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인상폭은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p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5% 물가에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미국 등 주요국 긴축 정책에도 대응할 필요도 여전하다. 총재에 따르면 ‘당분간’은 3개월을 의미하는 만큼, 내년에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최종금리 수준을 놓고서는 금통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종금리를 3.5%로 전망하는 위원 3명, 3.25% 1명, 3.5~3.75% 2명이다. 10월에는 최종금리를 고려할 때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컸는데, 이번에는 대외 요인에 더 많은 중점을 두면서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다음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보고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가늠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미국과의 격차는 0.75%p로 좁혀졌다.
◆시장 '비둘기적' 평가...이자부담 가중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한은의 금통위가 예상에 부합했다면서도 다소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이었다는 분위기다. 물가도 중요하지만 경기와 금융안정을 고려한 속도조절이었다는 평이다. 최종금리 3.5%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윤여삼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안정 및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한은의 긴축압박은 3개월 시계인 ‘당분간’으로 표현될 영역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3.5%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GDP갭 반전이 전망되는 가운데 정책 기준이 외환시장에서 국내 경기 펀더멘탈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가 확인됐다”며 “내년 1월 25bp 추가 인상으로 이번 인상 사이클 종료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KB증권은 최종금리는 3.75%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시장금리는 최종 기준금리 3.5%를 반영, 국고 3년물 하단은 3.6%로 판단한다”고 추정했다.
관건은 한국 경제가 1%대로 성장이 고꾸라진 가운데, 통화정책 결정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이 내년까지 정책금리를 5% 이상 올린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한국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기침체 속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이를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고 8%에 육박했고, 신용대출 금리도 6%를 웃돌고 있다. 대출금리는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 고금리 효과는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이상될 경우 이자 부담은 연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이달가지 기준금리가 연 2.75%p 늘어남을 고려하면, 해당 기간 동안 가계이자는 1인당 연 180만원이 불어난 셈이다. 이 총재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나빠지고 경기주체들의 고통이 심한 것 잘 알고 있다”면서도 “많은 부분이 대외적 요인이다. 한은도 금리와 물가가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