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재용 회장의 한 달…주목받는 '뉴삼성' 비전


입력 2022.11.27 06:00 수정 2022.11.27 19:3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사우디·네덜란드·스페인 정상 만나며 민간외교 '활발'

지역 사업장 및 협력사 두루 챙기며 '미래 동행 행보'

연말·연초 글로벌 경영 주력할 듯…12월 '뉴삼성' 메시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데일리안 DB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용 회장이 글로벌 정상들과 잇달아 회동하고, 여러 삼성 계열사 사업장 및 협력사들을 찾아 격려하며 숨가쁜 한 달을 보냈다.


연말·연초 역시 국내외 사업장 방문 스케줄로 꽉 차 있어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글로벌 경영 행보 속에서 그룹의 방향성을 가늠할 '뉴삼성' 메시지를 새롭게 내놓을지 주목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한 달간 주요 국가·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중 '40조 투자 보따리'를 들고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은 가장 주목을 받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ICT와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선도기술 투자를 기조로 하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왕세자를 비롯해 지난 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정·재계 인사들은 정부부처·국내 기업들과 만나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날 저녁 주요 재계 총수들과 함께 왕세자 숙소인 롯데호텔을 찾아 친분을 과시했다. 스마트시티(네옴·NEOM) 건설 논의가 오간 이 자리를 위해 이 회장이 큰 역할을 함으로써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는 후문이다. 앞서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와 '승지원' 회동 당시에도 이 회장이 가교역할을 한 바 있다.


같은 날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차담회에도 참석한 이재용 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ASML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을 독점 생산하는 기업으로, 물량 확보에 삼성, SK 등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서울 모처에서 면담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 회장과의 자리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 회장은 글로벌 리더들과의 연쇄 회동으로 민간외교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동시에 국내 주요 협력회사들을 찾아 현안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취임 후 다음날인 28일 이 회장이 찾아간 곳은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였다. 이 회장은 협력사 디케이(DK)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이달 8일에는 부산에 있는 중소 도금업체를 방문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18년이후 3차례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업체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성의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제공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미래동행 행보'는 고객과 주주, 협력사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회장으로 취임한 날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고 언급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며 숨가쁜 한 달을 보낸 이 회장은 앞으로도 주요 해외 사업장을 돌며 한동안 글로벌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반도체기업인 차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재계는 베트남, 일본 등을 다음 해외 출장지로 지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특히 12월에는 베트남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이 열리는 만큼 이 회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TV 사업장을 둔 중국, 인도 등도 주요 출장지로 예상된다. 재판 일정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사업 점검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우선 검토할 만하다는 진단이다.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는 이 회장이 취임 이후 그룹의 방향성을 가늠할 메시지를 새롭게 내놓을 지를 주목한다. 사법 족쇄가 완전히 풀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오른만큼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할 공산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뉴삼성' 로드맵은 12월 초 인사와 즈음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초격차 기술 개발은 물론 신사업 발굴에 삼성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직 개편과 사장단 인사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김기남(DS)·고동진(IM)·김현석(CE) 대표이사 및 부문장을 교체하고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투톱 체제로 전환한 삼성전자는 올해에는 변화 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지난달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은 이재승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사 규모가 예상 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일 부산 강서구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열린 서버용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의 첫 출하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 과정에서 미래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킬지도 관심이다.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일부 기능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룹 전체의 전략을 세우고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령탑 복원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금산분리 위배 지적을 받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 문제를 해결하면서 해외 투기자본 침투 영향을 받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심도있는 검토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