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삼성그룹·SK그룹 임원 인사…반도체 수장 변화 여부 촉각
사장단은 유임으로 조직 안정을, 부사장급 이하는 변화로 체질개선 나설 듯
삼성·SK그룹 인사가 내달 초로 임박한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핵심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데다, 업황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사장단에서는 유임을 통해 조직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한편, 부사장급 이하 임원급에서는 젊은 리더를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안정 속 변화'를 조화롭게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SK그룹은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 부문을 세트(DX)와 반도체(DS) 두 부문으로 통합해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 '투톱 체제'를 갖춰 올해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계현 사장은 취임 이후 삼성이 강조한 '기술리더십'의 본보기를 보여왔다. 그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부문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술 격차를 추구할 것을 줄곧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꼽힌다. 지난 7월 출하식에 참석한 경 사장은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 양산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고용량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올 3분기 D램 점유율은 42.7%로, 전년 말(43.0%) 수준을 유지중이다.
경 사장은 사업 혁신 뿐 아니라 실무자들이 일에 유연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성(Diversity), 공정(Equity), 포용(Inclusion)에 초점을 둔 조직문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위기감이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감산 없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경 사장은 반도체가 회복 사이클로 진입하기까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한편,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속도감있게 전개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1일 인사가 유력한 SK그룹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박정호 부회장·곽노정 사장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계속해서 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곽 사장도 지난해 말 승진한터라, 변화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톱 체제 속 올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개발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238단 512Gb TLC 개발에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238단 낸드는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불황 속에서도 성과를 낸 SK하이닉스는 내년에는 자회사 안정과 더불어 반도체 부진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작년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출범시킨 바 있다. 솔리다임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과제로 주어진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3월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적 개선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이 60% 이상 급감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 지속으로 내년에는 조 단위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D램과 낸드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SK하이닉스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수요를 견인할 서버향 메모리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교체 수요가 예상되는 DDR5, LPDDR5 등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 모두 조직을 이끌 수장들은 대부분 유임하나 부사장급 이하 임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세대 교체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술 혁신을 주도할 3040 인재들을 전진 배치해 안정 속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기조 강화 속에 대규모 승진 인사를 통해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들을 배출했다. 외국인 및 여성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로 이들 승진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