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월드컵 시즌…편의점 매출↑
치킨 등 외식업계도 덩달아 매출 특수 누려
일부 식당, 여전히 ‘썰렁’…남은 연말도 걱정
4년 만의 월드컵 시즌을 맞아 편의점 업계가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월요일(10월28일) 가나전 아쉬운 패배에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늦가을 비오는 날씨에도 열띤 거리 응원이 이어지며 광화문 인근 점포에서는 먹거리와 우비 등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과 가나 경기가 열렸던 지난달 28일 편의점 업계의 매출이 일제히 상승했다. 맥주와 닭강정 등 간편 안주류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퇴근 시간인 저녁 6시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경기 시작 1시간 전 피크를 찍으며 평소 대비 95.5%까지 치솟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일 비가 오는 날씨에도 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로 하루 만에 우비가 전국적으로 4000장가량 판매되기도 했다.
CU의 경우 주류의 매출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맥주 판매가 229.0% 늘었고 소주는 131.9%, 양주와 막걸리는 각각 69.4%, 45.7% 늘었다. 안주류는 188.9%, 떡볶이와 같은 냉장 즉석식품은 163.2%, 족발과 같은 육가공류는 116.6% 매출이 증가했다.
GS25는 월드컵 효과로 전체 매출이 19.5% 늘었다. 맥주 186.4%, 치킨 146.9%, 안주류 125.0%, 냉동간편식 113.7%, 스낵 98.2% 등의 순으로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광화문광장 인근 10여점 경우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점포는 최대 53.1%까지 신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치킨의 매출 증가율은 80%, 스낵의 매출 증가율은 70%를 기록했다. 오징어와 맥주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100%, 150%였다. 무알콜 맥주의 매출은 월드컵 개막 전과 비교했을 때 200% 늘었다.
편의점 업계는 오는 3일 열리는 포르투갈전에서도 매출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 예정된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조용히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으나 예상외로 매출이 빵빵터지면서 모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서는 각종 행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르투갈전이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3일 자정에 열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더 늘 것이란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관족’(집에서 경기 관람)이 많아지며 편의점 판매에도 호조를 보였다”며 “다가오는 포르투갈전은 자정이고 주말인 만큼 집에서 응원하는 고객들의 구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 ‘축구엔 치킨’ 월드컵 특수 ‘톡톡’…일부 식당은 매출 감소 온도차
맥주와 잘 어울리는 대표 외식메뉴인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출도 날았다. 가나 경기 당일 교촌·BBQ·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3사 매출이 일제히 세 자릿수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bhc 매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bhc치킨 매출 증가율은 전주 동기 대비 무려 312%에 달했다. 지난달 대비 매출도 297%나 뛰었고, 같은 기간 BBQ 매출 역시 지난달 대비 220%, 지난주 대비 190% 급증했다. 교촌치킨 매출은 전주 대비 150%, 전월 대비 160% 증가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하루 판매치의 한계가 달할 정도로 주문이 불티나게 들어온다”며 “월드컵이 끝나면 연말로 이어지는데 소비심리를 풀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의 경우 온도차가 있지만 호프집 등을 중심으로 분위기 좋았다. 이번 금요일을 앞두고 또다시 매출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단체 응원을 진행하지 않고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호프집 등에서 경기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40대)씨는 “최근 불경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 매출이 떨어졌는데 월드컵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매출이 올라 다행”이라며 “한 동안 손님도 없고 물가상승이다 뭐다 안 좋은 일만 가득했는데,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월드컵에 따른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전 경기의 석패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월드컵 특수가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50대) “우리 매장의 경우 별다른 특수를 누리지도 못 했지만 이번주 경기가 끝나면 또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연말 송년회 등으로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줘야 하는데, 조용히 지나갈까 가장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