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하우스’→ ‘손 없는 날’
집 넘어 라이프스타일, 이야기에 방점 찍는 집방 예능
모든 사람들의 삶, 일상과 뗄 수 없는 ‘집’은 예능의 꾸준한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달라진 집에 대한 인식울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집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대규모 리모델링을 통해 집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담는 집방 예능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2000년대 초반 방송돼 큰 인기를 끌었던 ‘러브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는 ‘착한 의도’에 방점을 찍으면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었다. 출연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자연스럽게 담기곤 했으나, 열악하던 집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감탄을 끌어내곤 했었다.
또는 집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시세 및 다양한 집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부동산 관련 정보를 함께 담아내기도 했다. 지난 2020년 MBC는 파일럿 예능 ‘돈벌래’를 통해 MC, 전문가, 특별 게스트들이 이슈 지역을 직접 살펴보며,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연예인들이 전문가와 함께 일반인 의뢰인들의 집을 직접 찾아주는 MBC 예능 ‘구해줘 홈즈’는 2019년부터 방송이 되고 있다.
최근 제작되는 집방 예능들은 조금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에 집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보다는 ‘내 집’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흐름이 생겨난 것.
지난달에는 시골에 방치된 빈집을 출연자들이 직접 리모델링해 자급자족하며 살아보는 빈집 소생 프로그램 KBS2 예능 ‘세컨하우스’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최수종, 하희라 부부와 연예계 절친 주상욱, 조재윤이 이 프로그램에서 빈집을 직접 리모델링하며 시골살이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
빈집을 수개월 동안 직접 수리하는 과정을 담는 것은 물론, 낚시에 나서고 친구를 초대해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등 쉼, 휴식을 향한 도시인들의 로망을 담아내면서 힐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집을 멋지게 수리해 선보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집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JTBC 예능 ‘손 없는 날’은 이사에 초점을 맞췄다. 단, 중개 과정을 담으며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함께 전달하곤 했던 기존의 유사 포맷 예능과는 달리, 이사를 앞둔 출연자의 사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회차에서는 결혼을 하면서 어머니를 떠나게 된 딸의 사연이 담겼고, 이 과정에서 모녀의 애틋한 감정들이 함께 포착되면서 뭉클함을 유발했었다.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공감하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내 집 고치기’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도 한다. 1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인 집꾸미기 채널에는 오래된 주방을 고치는 방법을 비롯해 좁은 원룸 공간 활용법에 대한 팁과 정보 등을 전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집방 예능들이 방점을 찍는 요소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집방 예능이 안고 있던 한계 또한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모습이다.
집을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부동산 예능에는 늘 홍보 의혹이 따라붙곤 하며, 집값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방송이 부동산에 대한 팁을 강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때로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검증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자체를 부각하기보다는 그 안을 채우는 의미, 또는 사람에 방점을 찍게 되면서는 이러한 불안감도 자연스럽게 해소가 될 수 있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주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시청자들과 더욱 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집방 예능들의 강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