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5.1조 감액"…與 "2.6조 이상 불가"
법인세 인하, 종부세 완화 등도 이견
9일 정기국회까지 예산안 처리 난망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 처리를 목표로 더불어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긴장도가 올라갔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한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새해 예산안을 볼모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며 "피해는 시민과 사회적 약자, 국민경제에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예산이 9일에 확정돼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취약계층 지원, 미래세대 투자가 가능하다"며 "국민의힘은 오늘(8일)과 내일(9일) 반드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넘겼고 내일이 정기국회 마감일인데 아직도 간격이 상당히 커서 걱정이 태산"이라며 "오늘 중으로 합의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내일까지 처리가 쉽지 않다. 민주당이 나라경제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정부 예산안에 협조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읍소했다.
여야는 지난 4일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가 참여한 '2+2 협의체'를 시작으로 합의를 시도해왔다. 6일부터는 양당 원내대표 차원으로 승격해 협상을 이어왔지만 '감액' 단계부터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 평균 감액 규모를 고려해 5조원 이상의 삭감을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2조6,000억 이상은 어렵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소집한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5년은 확장재정이었고, 적자 부채 예산이었다면, 이번에는 재정 전환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출을 22조원 구조조정했고, 국세의 40%를 지방교부세로 주기로 한 규정에 따라 가용 재원이 평년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재 (합의한) 삭감액이 1조3,000억원 정도인데, 어떻게 해도 2조6,000억 이상은 삭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감액 규모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하더라도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예산안 협의는 감액과 증액, 예산안 부수법안 순으로 진행되는데 증액과 부수법안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특히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현행 25%인 법인세율을 22%로 낮추는 대신 2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이마저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림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트작업 등 실무적 절차를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이날 합의를 마쳐야 9일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듯 민주당은 오는 10일부터 회기가 진행되는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이날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게 돼 있는 만큼, 9일 본회의 때 가결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불가피한 일"이라며 예산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국회가 40년 동안 제 일터였고 여소야대를 숱하게 경험해 봤는데 이렇게 다수의석을 앞세운 거대야당의 안하무인 횡포는 처음 본다"며 "20년 집권을 호언장담하던 분들이 대선에서 지고 지선 참패하고 지금은 당대표가 온 국민의 비난을 받는 속에서 조금도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는 쓸쓸한 자화상을 쳐다보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내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고 파국으로 몰고 갈 경우 내후년 총선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