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호텔 공격의 배후라고 자처하고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IS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대원 두 명이 중국 외교관과 기업인이 자주 찾는 아프간 카불의 롱안 호텔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명은 탈레반 장교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고 다른 한 명도 폭발물을 터트린 후 호텔 고객들을 향해 총을 쐈다"고 덧붙였다. IS는 이번 공격으로 30명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이 사건으로 중국 국민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이번 테러사건으로 5명의 중국 국민이 부상했고 아프간 군경 몇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관이 아프간 임시정부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아프간 측에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라 처리하고 아프간 내 중국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진일보한 조치를 취하길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카불의 상업 중심가인 샤르-에-노 지역에 있는 롱안 호텔에서는 여러 차례 큰 폭발과 함께 총격전이 발생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무장 괴한들이 호텔 내로 진입했고 탈레반은 치안 병력을 투입해 진압 작전을 펼쳤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정부 대변인은 "진압 과정에서 괴한 3명이 사살됐으며 외국인의 경우 사망자는 없고 두 명이 다쳤다"며 "이들 외국인은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가 부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병원이 사망자 3명 등 21명의 사상자가 이송됐다고 밝히는 등 실제 희생자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가 발생한 롱안 호텔은 외국인이 주로 체류하며 특히 중국인 숙박객이 많은 곳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과 적극적으로 교류에 나선 나라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중국은 특히 아프간의 광물자원 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며 이와 관련해 기업인과 관료가 아프간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카불은 탈레반의 경계가 매우 강한 곳으로 꼽히지만 최근 카불의 외국 대사관을 겨냥한 IS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IS는 지난 9월 초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자폭 테러를 감행, 러시아 대사관 직원 2명 등 약 20명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지난 2일에도 IS의 파키스탄 대사관 습격으로 대사관 경비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IS와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수니파지만 서로 매우 적대적이다. IS는 미국과 시아파 등을 대하는 탈레반의 태도가 온건하다고 비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