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사찰인 조조지가 소장한 고려대장경 등 목판 인쇄물이 오는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등재가 성사되면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이 일본 정부 주도로 세계기록유산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18일 일본 정부가 신청한 '조조지 소장 3종 불교 성전(聖典) 총서'와 관련해 "등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AC는 세계 각국이 등재를 신청한 122건 중 조조지 소장 불교 성전을 포함한 74건을 '등재 후보 목록'에 올렸다. 실제 등재 여부는 내달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조조지 불교 성전’의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조지 불교 성전은 중국 남송 시대(12세기)와 원나라 시대(13세기), 한국 고려 시대(13세기) 때 대장경 목판으로 찍은 불교 인쇄물이다. 17세기 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집해 조조지에 기증한 것으로, 중국과 고려 인쇄물을 합치면 모두 1만 2000점에 달한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이 자료는 남송시대 대장경 5342첩, 원나라 시대 대장경 5228첩, 고려대장경 1357책으로 구성된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자 지정해 관리하는 문화유산이다. 2년마다 국가별로 최대 2건을 신청받아 심사한다. 일본 정부는 2021년과 2023년에 조조지 불교 성전 등재를 시도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한국에선 '다른 나라 유물을 등재하려고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은 원칙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기원한 기록물을 신청할 수 있는 까닭에, 식민 지배국이 식민지에서 강탈한 기록물을 등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인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팔만대장경)은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이미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