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에 中경제 '비명'…11월 소비 5.9% 곤두박질

中 11월 생산·투자 지표도 시장 전망치 밑돌아

인민은행, 1년만기 MLF 금리 연 2.75%로 동결

13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 경제 침체의 골이 가풀막지고 있다.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11월 소매판매 지표가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데 이어 기업의 생산활동을 나타내는 산업생산도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까닭이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 총액은 3조 8615억위안(약 72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인 -3.7%를 크게 밑돌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형태의 소매점 판매액의 합계로 내수경기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3~5월 상하이 봉쇄 당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6~9월에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10월에 -0.5%로 떨어지더니 11월에도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은 경기 급강하 와중에도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특히 이달 들어선 코로나19 통제가 대부분 사라지면서 감염이 급속히 확산하자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12월 경제지표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내수 경기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11월에도 이어진 '제로 코로나' 방역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지도부는 11월11일과 12월7일 두차례에 걸쳐 방역완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감염자가 급증하자 지방정부들이 중앙의 지침과 달리 통제를 더 강화했다.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 추이. ⓒ 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3.6%)와 10월(5.0%)을 밑도는 수치다. 산업생산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경제지표다. 아직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증가폭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 3.8%, 8월 4.2%, 9월 6.3%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10월과 11월에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동반 악화했다. 중국 전역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많은 도시에서 공장 생산이 멈추고 수요가 줄어든 데다 각 도시의 통제 정책으로 물류도 정체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된 상황이다.

기업들의 경기전망을 읽을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1~11월 누적·전년 동기 대비)은 5.3%로 집계됐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5.6%)와 1~10월 누적치(5.8%)에 못 미친다. 11월 도시실업률도 5.7%도 시장 예상치(5.6%)와 10월(5.5%)보다 높게 나왔다.

중국 경제는 당분간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중국이 봉쇄 위주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작했지만 방역완화에 따른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중국의 방역완화가 향후 몇 개월간 일부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이 방역 고삐를 풀었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는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 전망을 둘 다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 추이. ⓒ 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인민은행은 이날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전달과 같은 연 2.75%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쯤 발표 예정인 12월 기준금리도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기준금리는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금리 평균치인 대출우대금리(LPR)다. 일반 대출 기준인 1년만기, 부동산담보대출 기준인 5년만기가 있다. 1년만기 LPR은 MLF 금리와 연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만큼 두나라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달러가 급속도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에서 연 4.25~4.50%로 0.5%포인트 올렸다. 중국의 1년만기 LPR은 연 3.65%, 5년만기는 연 4.30%다. 다만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5년만기 LPR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민은행은 이날 MLF로 시중은행에 65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해 같은 날 공급한 5000억 위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날 순공급한 MLF는 15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