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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제방향] 박스권에 갇힌 1%대 성장률…처방전은 ‘구조개혁・신성장’


입력 2022.12.21 14:01 수정 2022.12.21 14:01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암울한 경제전망…내년부터 저성장 고착화 우려

경제 전반 강도 높은 구조개혁 불가피

신성장 산업 성장 속도가 관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 됐던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 박스권에 갇혔다. 올해 성장률 반등을 노렸던 정부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렇다 할 힘도 써보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암울하다. 코로나 국면에서 벗어났음에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에 성장률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만큼 내년에는 정부가 확실한 키워드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정부가 21일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이하 경방)을 들여다보면, 현재 상황이 확실히 위기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경방에서는 산업과 복지에 대한 비중이 컸다면 내년 경방은 좀 더 서민에 집중된 스팟 정책이 상당수 포진됐다.


또한 처방전으로 선택한 구조개혁과 신성장은 지금까지 단기 성과에 집중하던 기존 정부 방식과는 궤가 다르다. 당장 내년에 경제가 어렵더라도 향후 5년, 10년을 바라보고 불황터널을 뚫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내년 경제전망 1.6%…현실 인식한 정부


그동안 정부가 전망한 다음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었다. 매년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보다 높았다. 민간경제연구소가 제시하는 전망치와는 큰 폭의 갭을 보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1%로 내다봤다. 코로나 국면을 벗어나면서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0.6%p가 하락하며 2.5%로 내려앉았다. 이런 예측은 2021년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4.0% 성장하면서 착시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복합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생・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체질개선 가속화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기위축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방 차관의 이같은 진단은 내년 한국경제가 조금만 방심해도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대외적으로 급격한 통화긴축 등에 따른 주요국 경기위축이 본격화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올해 3.1%에서 2.2%로 크게 낮춰 잡았다. 미국은 1.8%에서 0.5%로, 유로는 3.3%에서 0.5%로 수치를 대폭 낮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 제외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여건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역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 업황 부진이 심상치 않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매출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분야는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플러스로 버텼지만 4분기에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0월 -5.7%, 11월 -14.0%로 무너지는 흐름이다.


소비 회복세도 정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높은 금리로 원리금 상황부담 증가, 자산가격 하락 및 고용둔화 영향 등으로 완만한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부동산이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거래위축, 일부 지역 미분양 증가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등장했다. 올해 1~10월 평균 주택거래량은 4만5000호인데,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에는 특히 상반기를 중심으로 경기・금융시장 및 민생경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거시경제 안정과 민생경제 회복에 주력하면서 민간 중심 경제활력 제고와 함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미래대비 체질개선 노력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3+3 구조・경제개혁…‘미래’ 키워드 통할까


정부가 내년에 추진할 경방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체질개선’이다. 표면적으로는 역대 정부와 같이 구조개혁을 앞세웠다. 다만 내년에 추진할 체질개선에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넣었다. 인구・기후위기 등 직면한 과제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에는 선거 이슈도 없는 만큼 체질개선 적기다. 정부는 3대 구조개혁(노동・교육・연금)과 3대 경제혁신(금융・서비스・공공)으로 저성장 국면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체질개선은 정치권과 노동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노동개혁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잡음이 상당하다. 연장근로 등 제도유연화 정책이 노동계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교육 역시 지난 박근혜 정부때부터 수차례 시도했던 구조개혁 중 하나다. 이 역시 이해관계자들과 풀어야할 실타래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직업계고 고도화・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직업계고 발전방안 등 ‘마이스터고 2.0’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구조개혁이라는 거부감을 줄이고 첨단분야 중심 인재육성이라는 미래인재 발굴에 대한 명분을 세울 것이다.


연금개혁은 장기재정추계 등을 바탕으로 제도개혁에 나선다. 중장기적으로 8대 공적연금・사회보험 통합재정 추계를 실시하고 4대보험 신고사무 효율화 등 제도개선 방안이 내년부터 검토될 예정이다.


3대 경제혁신은 앞서 3대 구조개혁과는 노선이 다르다. 무조건 바꾸는 것보다 글로벌 흐름에 맞춘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혁신이 대표적이다. 가상자산이 새롭게 개혁 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보수적이던 외환시장도 제3자 FX 허용 등 정부 선진화 대책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공공혁신은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체질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조정, 예산절감, 자산매각 등이 현실화되고, 공시대상 확대, 해임시 퇴직금 감액 등 규정정비로 이뤄진다.


◆ 정부주도에서 민간중심으로…국가성장전략 업그레이드 ‘신성장 4.0’


경제계에서는 벌써부터 정부가 내년 경방에서 제시한 ‘신성장 4.0’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산업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기업투자 등 전반적인 자금 운용도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신성장 4.0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부도 이번 신성장 4.0을 야심차게 제시한 배경이 있다. 기존 산업별・정부주도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범부처・민관협업 방식 국가성장전략으로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지난 1960년대 농업 중심 성장 전략을 1.0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소득 200달러 달성과 함께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2.0은 1970년대부터 시작한 제조업 중심 부흥이다. 2.0 전략 역시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며 개발도상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이후 ‘IT 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은 3.0 전략을 앞세워 2000년대 초반 선진국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2017년에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신성장 4.0은 이같은 한국경제 성장에서 주춧돌과 같은 국가적 성장전략이다.


추 부총리는 “초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미래기술 확보, 디지털 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대 등 도전과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며 “결국 신성장 4.0은 정부가 인프라 정비 등 뒷받침을 하는 역할이다. 민간역할이 강화되는 구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발굴・선전 과정에서 민간의견을 수렴하고 미국 DARPA 방식을 활용, 민간전문가를 공동 PM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미국 DARPA는 프로젝트 전담관(PM)을 지정해 임무 해결을 위한 방식을 다양한 형태로 모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정부의 청사진과 달리 신성장 4.0은 걸림돌이 상당수 존재한다. 당장 갈등의 골이 깊어질데로 깊어진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부터 험난하다. 국가 프로젝트가 막대한 예산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국회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경제부총리 주재 신성장 4.0 전략회의를 운영해 정책 추진방향을 마련하고,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보완하겠다"며 "민간 의견을 적극 반영해 내년 상반기부터 분야별 핵심 프로젝트와 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대책을 시리즈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신성장 4.0과 유사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했는데, 정권이 교체되며 원동력을 상실했다. 이번 정부의 신성장 전략 역시 정권 연속성 여부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본이 철강, 조선 산업을 주도하다 새로운 산업을 찾지 못하고 장기 침체에 빠졌다"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20년을 먹고 살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산업구조 전환기에 새로운 산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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