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동 부회장 '침수 사태 수습, 조업 조기 정상화' 공로
정탁 부회장 '마케팅 전문가' 평가로 통합 포스코인터 수장 선임
포스코 사업회사의 ‘투톱’이었던 김학동 부회장과 정탁 사장이 포스코그룹 사장단 인사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예상치 못한 태풍 피해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태를 성공적으로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김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고 정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포스코인터내셔널 통합 법인을 이끌게 됐다.
포스코그룹은 27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탁 포스코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내달 2일 출범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에너지의 통합법인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학동 부회장은 유임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김학동-정탁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 부회장 단일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지주회사체제 전환과 함께 물적 분할된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의 초대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1년 단위로 임원을 재신임하는 포스코의 인사 시스템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김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고 정 부회장은 승진과 함께 덩치를 키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임기가 짧은 대신 재신임에 후한 편인 포스코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올해 첫 임기를 시작한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유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었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1년 넘게 남은 데다,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이제 첫 해를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라도 큰 변화를 주긴 힘든 상황이었다.
다만 지난 9월 6일 포항 냉천 범람으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가 변수로 지목됐다. 이 일로 인해 포스코는 생산 차질로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전방산업에도 철강재 부족 사태를 일으키며 포스코그룹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최정우 회장이 국회로 불려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전화위복이 됐다.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 유임에 대해 “사상 초유의 제철소 침수에도 폭넓은 현장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업을 조기 정상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고, 내년 조업 안정화 및 친환경 제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탁 신임 부회장은 포스코 2인자 자리에서 벗어나 포스코그룹의 미래 사업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과거 철강 뿐 아니라 과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에너지조선분야에서 두루 마케팅 경력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
그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쿠알라룸푸르지사장, 포스코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 포스코 마케팅본부장,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친 포스코그룹내 대표적인 영업,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정 부회장에 대해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의 실무경험과 모사인 포스코 대표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병에 따른 조직을 조기 안정시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LNG 밸류체인 확장 고도화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개척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에너지 합병으로 자리가 사라진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사장도 새로운 중요 보직을 맡게 됐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에서 최 회장을 보좌해 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끌 경영전략팀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 포스코 국내사업관리실장,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등 그룹사를 두루 거치며 사업현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한 재무 전문가라는 점을 정 부회장의 중용 배경으로 밝혔다. 향후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의 배터리(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포스코케미칼 사장에는 니켈 제조 전문 합작사인 SNNC(포스코와 니켈 광석 수출회사 SMSP 합작)를 이끌던 김준형 사장이 선임됐다.
SNNC의 니켈사업을 배터리와 연계한 고순도니켈사업으로 한단계 레벨업시킨 공로가 인정됐다. 과거에는 포스코ESM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포스코그룹의 초기 양극재 사업 안정화와 확장에 기여한 바 있는 그룹내 대표적인 배커리 소재 전문가라는 점도 이번 인사에 감안됐다.
다른 계열사들은 변동 없이 대표이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포스코건설 한성희 사장, 포스코ICT 정덕균 사장, 포스코플로우 김광수 사장 모두 유임됐다. 포스코그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