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앞두고 선거제 논의 본격화
준연동형비례제 폐지에 여야 공감대
與 '병립형 회귀' vs 野 '비례성 강화'
선거구획정도 진통…기한 못 지킬 듯
22대 총선을 한 해 앞둔 2023년은 선거의 룰을 정하는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작은 변화 하나로도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여야 정당은 물론이고, 개별 의원들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총선을 한 해 앞둔 국회는 예외 없이 선거제를 둘러싸고 진통이 적지 않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선거제도 관련 개정안들에 대한 위원들의 1차 강독을 끝내고 본격적인 논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달 초 특위와 소위 운영계획을 확정해 늦어도 2월부터는 가시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21대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정당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치명적인 문제점을 노출한 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수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먼저 국민의힘은 이를 폐지하고 21대 총선 이전과 같이 비례대표 의석을 분배하는 병립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양수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당제와는 맞지 않는 제도"라며 "우리 당은 (병립형)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가 적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경우 아직 확고한 방향을 설정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비례성 강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 분배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과 전혀 연동되지 않는 병립형 정당명부제는 반대할 공산이 크다.
비례대표 의원 정수나 제도 자체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하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여성·청년 등 정치 취약계층을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현재는 그 취지를 잃고 오히려 공천권자의 '줄세우기' 용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 등은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 정수 문제는 선거구 획정과 맞물려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22대 총선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라 서울 노원구(3석)와 경기도 안산(4석), 부산 남구(2석)는 각각 한 석씩 의석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인구가 늘어난 경기도 화성(3석)과 평택(2석), 부산 동래구(1석)는 분구를 통해 한 석씩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지역구 통·폐합은 현역 의원들의 반대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태다. 법률상 선거일 1년 전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하나, 이해관계가 첨예해 역대 국회에서도 제대로 지켜진 사례를 찾기 힘들다. 18대 총선에서는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 21대 39일을 앞두고 겨우 선거구가 결정된 바 있다.
이번에도 선거구 획정 문제가 첨예한 사안으로 다뤄질 경우, 비례대표 정수를 축소하고 지역구 의석을 늘려 분구만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대거 통·폐합 위기에 몰린 농어촌 지역구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비례대표 정수를 54석에서 47석으로 7석 줄였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당시에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 의석 축소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합구 예정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野 일각, 중·대선거구제 개편 군불
총선 1년 앞두고 현실적으로 불가능
선거제 논의 막힐 시 野 독주 우려도
與 "룰만큼은 합의로…과오 잊지 말라"
일각에서는 기존 논의의 판을 바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선거구별 2~4명의 의원이 당선되도록 함으로써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다당제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지난달 27일에는 박주민 의원이 전국을 17개 권역으로 묶는 권역별 대선거구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재수 의원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문제는 여야의 생각이 극과 극이어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에 문제가 많다는 데 대해서는 여야 의원 모두 컨센서스가 있고, 아예 논의조차 못하고 소모적 논쟁만 하는 것보다는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생산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전국의 선거구를 재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를 취하고 있는 지방의회 선거를 보면, 2석이 걸린 중선거구에서는 1·2당이 독점을 하는 등 당초 취지와 다르게 기득권만 강화하는 맹점도 드러나고 있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선거구 1~2개를 조정하는 선거구 획정도 어려운데, 선거를 1년 앞두고 전국의 선거구를 다시 만든다고 하면 어떤 의원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중대선거구제에 일부 순기능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차차기 총선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한다면 모를까, 당장 22대 총선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선거제 논의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독주' 가능성이다. 선거제는 여야 간 합의를 했던 것이 관례였으나 지난 20대 국회에서 그 전통은 깨진 바 있다.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추진했던 민주당은 모자라는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정의당 등이 요구했던 준연동형 비례제를 받아들였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바 있다. 더구나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논의가 막힐 경우 강행처리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양수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워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선거의 룰 만큼은 여야가 합의를 해왔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