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돈 없는 저출산 극복 없다" 대통령실과 냉기류
홍준표, 羅겨냥해 "조용히 침참의 시간 갖는게 좋을듯"
김정재 "정부에 반대해 본인 정치하는 건 유승민의 길"
박수영 "이미지 중심의 정치 아닌 성과로 평가 받아야"
대통령실과 냉랭한 기류를 보이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나 부위원장이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업무에 충실히 임해 눈에 띌 성과를 내고 그 성과로 인정을 받아 그 힘으로 더 큰 정치를 하는게 옳다는 주장에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냥 조용히 침잠(물속 깊숙이 가라앉거나 숨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지 않겠냐"며 나 부위원장을 향해 사실상 불출마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우선 그는 "친이(친이명박계)에 붙었다가 잔박(잔류한 친박계)에 붙었다가 이제는 또 친윤(친윤석열계)에 붙으려고 하는 걸 보니 참 딱하다"며 "여기저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국민들을 더 현혹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나 부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내용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얕은 지식으로 얄팎한 생각으로 이미지만 내세워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자기 역량, 노력, 지식으로 국민에 대한 진심을 갖고 정치를 해야 정치생명이 오래 간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재차 나 부위원장을 지적했다.
당내에서 친윤(親尹)으로 분류되는 김정재 의원도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나 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라며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 때도 봤었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도 나 부위원장을 겨냥한 비판에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부위원장을 겨냥해 "이미지 중심의 정치는 더이상 안된다. 성과를 내고 그걸로 평가받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리는 용산의 대통령실이 제안한 자리가 아니라 나 부위원장 본인이 희망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며 "아예 이런 자리를 희망한다는 말을 하지 말든지 했어야지, 자리를 받아놓고 석달도 채 안돼 이걸 던지고 당대표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은 스스로 공직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걸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부위원장도 공직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 것으로 믿는다"며 "지금 나 부위원장이 취할 최선의 길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직분에 충실히 임해서 눈에 뛸만한 성과를 내고 그 성과로 대통령과 당원, 그리고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 그 힘으로 더 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국민들은 정치를 예리하게 보시는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다"라며 "윤 대통령의 당선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기 모두 두 분의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이 들어있다고 본다. 이미지 중심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당내에서 나 부위원장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나 부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후보 중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나 부위원장의 출마가 현실화 할 경우,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 표심이 나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지난 5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이 연간 약 12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부모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방식의 저출산 대책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에 대해 "(나 부위원장) 본인의 의견"이라며 "외려 윤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커지자 나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의 우려를 십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에 대한 사회적 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해촉 가능성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원외 인사들도 나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앞서 김기현 의원 캠프 후원회장을 맡은 신평 변호사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지적으로 불성실하고 게으른 사람임을 스스로 노정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 고위직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최소한 밟아야 할 절차도 깡그리 무시한 채 유아독존식으로 처신했다.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적으며 나 부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다리는 공직에 걸쳐놓고 노는 건 맨날 당 행사하는 데 가서 마이크나 잡고 그러면 임명권자를 욕보이는 것"이라며 나 부위원장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 고문은 나 부위원장의 출산 장려 정책 발표에 대한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당신은 안 된다' 딱 그 메시지"라며 "여러 군데 흙탕물 제쳐놓고 이번에 발표도 애 셋 이상 낳으면 어떻게 한다 (협의 없이) 그러니까 대통령실은 황당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