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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에 '맹공' 비윤엔 '비호' 받는 나경원…'출마 시기'에 쏠리는 눈길


입력 2023.01.15 01:01 수정 2023.01.15 01:3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나경원, 해임 이후 잠행…"출마 더 고민하겠다"

'김기현 1위' 여론조사에 羅측 "법적 대응" 반발

친윤 핵심 장제원 "통속적 정치신파극" 羅 비판

여권 일각 "출마 결심 마무리…선언 시기 중요"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당대표 출마시기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촉하면서 대통령실이 '해임'이라고 거듭 강조한데다, 친윤(親尹)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연일 나 전 의원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 전 의원이 비윤(非尹)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비윤으로 분류된 원내외 인사들이 나 전 의원을 비호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출마 결심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4일 복수의 매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대응과 관련한 발언은 자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을 잘 다녀오셨으면 한다. 현재로서는 그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대 출마 여부는) 더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비판하는 대상은 친윤계이지 대통령은 아니라는 메시지다. 나 전 의원은 전날 정양석 전 의원 등과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하고, 모친의 산소에 다녀온 뒤 이날 상경했다.


여권에서는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이미 정해진 수순으로 읽고 있다. 결정적인 사건이 이날 오전에 터진 '여론조사' 공방이다. 한 인터넷매체가 리얼미터에 의뢰했다며 지난 12~13일 국민의힘 지지자를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김기현 의원이 처음으로 나 전 의원을 앞섰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자 나 전 의원 측은 문제의 여론조사가 기존 조사와 달리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았는데 보도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조사를 의뢰한 미디어트리뷴이 모 선거기획사와 동일한 주소·연락처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해당 조사가 진행 중이던 1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의원의 '역전 가능성'을 언급한 점 등을 지적했다.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것은 관련 법규(공직선거법 108조 등)를 위반한 것으로 법적대응도 고려할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나 전 의원을 둘러싼 정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여론 마사지'가 필요했다는 증거"라며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그는 "누군가 고발하면 당장 수사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권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면 여론조사 결과에 저렇게 적극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며 "시기가 언제냐가 관건이지 당대표 출마는 기정사실화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같은 나 전 의원 측의 움직임에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독한 결단', '탄압받는 나경원', '나경원이 생각하는 진정한 윤석열 정부의 성공' 등등 그럴 듯한 말들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온갖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사찰로 성당으로 이런 저런 정치적 상징성 있는 지역일정을 흘리며 고독한 척,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신파극"이라고 적었다.


앞서 전날 차기 당권 도전 문제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장 의원이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反尹)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척하는 위선적 태도에 할 말을 잃는다.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날선 비판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재차 나 전 의원을 겨냥한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비윤으로 분류되는 원내외 인사들은 나 전 의원을 적극 비호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힘을 싣는 모양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을 비판하기 위해 '당내 한 줌 남은 반윤 세력'이라고 발언한 장 의원을 겨냥해 "한 줌이 두 줌, 세 줌이 되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면, 그것은 필경 '한 줌'을 규정한 오만함과 마녀사냥식 '낙인 찍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나 전 의원을 견제하는 친윤계를 겨냥해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친윤계에 날을 세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나 전 의원을 비판한 장 의원을 겨냥해 "이번 전당대회는 자기가 누구 밀어서 사무총장 해서 공천 파동 일으키고 싶다는 사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급발진 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다. 전당대회 나올 용기는 없지만 오만 협잡으로 정치 망가뜨리려는 사무총장 호소인을 심판하면 된다"며 김기현 의원과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를 이룬 장 의원을 '사무총장 호소인'에 빗대 친윤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의 이목은 나 전 의원의 출마 선언 시기로 쏠리고 있다. 여권 내에선 이날부터 21일까지 6박 8일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방문하는 순방 일정에 나선 윤 대통령의 귀국 시점과 구정 연휴(21~24일)가 나 전 의원의 출마 선언 시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나 전 의원 측 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확실한 출마 선언 질문에는 말을 아꼈지만 "나 전 의원은 월요일(16일)부터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 입장에선 지금 이 사태가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귀국 일정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구정 연휴에서 설날 밥상에 거론되는 게 여론전에 유리하다는 점도 알고 있을 것이기에 출마 시기 조율에 신경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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