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OTB 이어 톰브라운·브리오니도 국내 시장 가세 예정
국내 기업들, 자체·신규 브랜드 강화로 실적 리스크 해소 전망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한국 명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로써 그간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해외 브랜드를 적극 들여와 큰 수익을 냈던 국내 패션기업은 이들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내 패션업계는 실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 육성 및 새로운 신명품 브랜드 발굴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어온 톰브라운은 오는 7월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톰브라운을 공식 수입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과는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통해 파트너십을 유지한다.
톰브라운 코리아는 향후 한국 내 모든 투자 및 비용 지출을 전담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상품발주부터 머천다이징(상품화계획), 유통 전략, 매장 및 인력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계약 형태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업에 대해 변함없이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는 각자의 사업역량을 인정하고 중요한 파트너로서 상호간의 공고한 신뢰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지난해 말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유통 계약을 종료하고 이달부터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부터 셀린느를 수입·유통해왔다.
질샌더, 디젤, 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보유한 세계적인 패션 그룹 OTB도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해 국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원이 2009년부터 국내 사업을 전개한 이탈리아 명품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 역시 내년에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명품 시장의 높은 성장세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추산됐다.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0만4000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앞지르며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패션 업체들은 수익성이 큰 명품 브랜드와의 계약 종료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는 물론 신규 해외 브랜드 발굴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섬은 스웨덴 여성의류 브랜드 토템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국내 1호 매장을 오픈한다.
매장에는 인기 상품인 트위스티드 심 데님, 시그니처 모노그램 실크 스카프, 시그니처 트렌치 등 토템의 시즈널 의류 컬렉션 등 제품 260여 종을 선보인다.
한섬은 내달 21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도 토템 2호 매장을 열며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5~35세 여성을 위한 ‘디 애퍼처’를 론칭하며 자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나섰다.
디 애퍼처는 획일적인 오피스룩을 벗어나 주중·주말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세련되면서 실용적인 컨템포러리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 고객을 겨냥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신명품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신규 브랜드 발굴은 물론 자체 브랜드 경쟁력 강화까지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