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만 3조5천억 순매도
금감원장 '채권 매입' 주문
보험사들이 지난 달에만 3조웜 어치가 넘는 채권을 순매도 한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강화되는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와중 금융당국이 보험사에게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지난 달 채권 순매도 규모는 3조4918억원으로 나타났다. 13조5702억원을 매도하고 10조784억원을 매수하며 차이가 벌어졌다. 채권 매도를 한 돈을 채권 매수에 재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손해보험사들은 순매수세로 알려졌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순매도세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조 단위로 채권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레고랜드와 콜옵션 연기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까닭이다.
게다가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며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됨에 따라 자본 변동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짧은 시간에 채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채권 가격이 헐값으로 떨어지거나 매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겠다며 보험사의 자금 흐름을 안정화하기 위해 오는 3월 말까지 퇴직연금 차입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기도 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도 허용했다. RP는 짧은 기간안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경과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을 말한다.
더불어 생보사들은 채권 판매외에도 작년 하반기 저축성 보험 판매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럼에도 올해 초부터 순매도세가 반복되자 최근 금융당국은 민생안정을 위한 보험사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업계는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장기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올해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정상기업의 부실화가 금융산업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시키지 않도록 회사별로 채권 매입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주문에 보험사들의 채권 순매도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불어 이번해부터 IFRS17과 K-ICS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에 되려 불확실성이 해소돼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저축성 보험 등을 이미 많이 팔아서 유동성 확보를 마친상태인데 추가적으로 저축성 상품을 판매해 재원을 마련하기보다는 투자했던 채권을 팔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경영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기관투자자로서 보험사들의 채권매입을 요청한 것은 어느정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서 얘기가 나오는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