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판매량 2조 돌파
사적연금 부각에 영업력 강화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연금보험 판매량이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며 민간 금융사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사적연금 역할이 강조되면서 생보사들은 연금보험을 통한 영업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3186억원)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 중 삼성생명은 유일하게 1조원을 넘겼다. 1조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818억원) 늘었다. 이어 한화생명이 3273억원, AIA생명이 1905억원, 교보생명이 1334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사적연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30여년 뒤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젊은 청년층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내는 돈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작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이후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이 2036년 적자 전환하고 2054년에 완전 고갈된다고 내다 봤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소진 시점을 2055년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최근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15% 단계적 인상'과 같은 개혁 방안이 나오면서 젊은 세대의 절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자문위에서는 9%인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거나 45~50%까지 인상하는 방안 등 4개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사적연금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다. 2021년 기준 실질 소득대체율이 20.9%인 공적연금만으로는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은 '장수하는 고령사회, 준비와 협력:사적연금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이 채 구축되기도 전에 공공부분의 복지재정 팽창과 연금재정 악화에 직면하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적연금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보험연구원은 올해 주요 연구과제로 '공적연금 개혁에 따른 사적연금의 보완적 발전 방안'을 꼽기도 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연금보험 활성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에서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또 금융 소비자를 위해 운용수익률을 제고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요구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적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로 낮은 상황이다보니 사적연금에 기대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발 맞춰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상품의 질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