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사장이 낙점한 신규 먹거리 사업
지난달, 구미4공장 FC-BGA 설비 반입
일본·대만·삼성전기가 주축인 글로벌 시장 확대 예상
LG이노텍이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 양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판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이 합류하면서 삼성전기와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이노텍은 FC-BGA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지고 기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철동 사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구미 FC-BGA 신공장에서 설비 반입식 행사를 열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6월 인수한 연면적 22만㎡ 규모의 구미4공장에 최신 FC-BGA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신공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양산 체제를 갖추고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미 LG이노텍은 지난해 FC-BGA 시설과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했다. 6월에는 구미2공장에서 FC-BGA를 처음 만들어 공급에 성공한 바 있다. 통상 경쟁사가 3년 이상 걸리는 생산 개시를 시장 진출 선언 후 수개월 만에 이뤄냈다는 평을 받았다.
LG이노텍은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해당 제품 제조 공정이 FC-BGA 제조 공정과 유사하다는 점과, 현재 수익성이 높은 FC-BGA 기판이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상태라는 점이 LG이노텍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생산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다.
이번에 새로 짓고 있는 FC-BGA 신공장은 인공지능(AI), 로봇, 무인화, 지능화 등 최신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공장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아울러 신공장 양산이 본격화되면 현재 대만, 일본과 국내 삼성전기가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FC-BGA 시장 확대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FC-BGA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전통 강자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가장 큰 반도체 기판 기업이다.여기에 LG이노텍의 추가 진입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국내 산업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FC-BGA 기판은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소재시장을 선도해온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FC-BGA를 반드시 글로벌 1등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LG이노텍은 지난달 초 열린 'CES 2023'에서도 FC-BGA 기판 신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바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해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한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성능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판도 내부 층수 증가, 미세회로 구현, 층간 미세 정합, 두께 슬림화 등 기술 난도가 올라가는 중이다.
삼성전기 역시 FC-BGA 기판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 난도가 가장 높은 고성능 기판으로 분류되는 서버용 FC-BGA에 집중하고 있다. 서버용 FC-BGA는 고속 신호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면적이 일반 기판의 약 4배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2023년까지 베트남 생산법인에 약 1조3000억원을, 지난해 3월 부산사업장 시설 구축에 약 3000억원을 투자 결정한 바 있다. 이어 6월에도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FC-BGA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FC-BGA 기판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약 9조88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20조2540억원)으로 연평균 9% 성장이 예고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