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환원율 30%대
금융당국 자제령에 '촉각'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연간 배당이 한 해 동안에만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마다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면서 배당 보따리도 크게 불어난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시장 불안에 대비하라며 배당 자제를 주문하고 있지만, 주주의 마음을 사기 위한 금융그룹들의 러브콜은 지속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한 현금배당은 총 4조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8.4%(2911억원) 늘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현금 배당액은 1조149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0.3%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역시 1조928억원으로, 하나금융은 9768억원으로 각각 4.4%와 8.8%씩 늘었다. 우리금융의 현금 배당액도 8227억원으로 25.7%나 증가했다.
이처럼 금융그룹들의 배당이 풍족해진 것은 금리 상승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4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506억원으로 9.0% 늘었다.
반면 금융당국은 연일 배당 확대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비상시에 대비한 현금 유보를 확대하라는 차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면서 배당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그룹들은 배당성향을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2022년 총주주환원율을 33%로 결의했다. 이는 은행업계 최대 수준이다. 2021사업연도과 마찬가지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26%를 유지하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주환원율을 7%포인트(p) 높였다.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4%p 상향된 30%로 제시했다. 배당성향 23.5%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6.5% 높이는 방식이다. 1분기 1500억운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감안하면 주주환원율은 33% 수준이다.우리금융도 총주주환원율을 30%로 의결했다. 배당성향은 26%로, 전년보다(25.29%)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다만 2분기 예정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4%p를 상향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의 경우 올해에 지급하고, 내년에는 지급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자사주 취득과 소각은 이벤트성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동일하게 진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