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양향자 의원, '반도체 신화' 임형규 초빙 특강
"선진국 제치고 일류된 산업, 어드벤티지 살려야"
"메모리, 4차 산업 동향 파악에 유리...인재 확보 관건"
양향자 "대만·일본 합작 움직임도...기술패권 전쟁 이겨야"
한국 경제의 대들보로 불릴 만큼 전략적 가치가 큰 산업인 반도체가 향후 국가 경제 및 안보 범주에서도 그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왜 한국에게 있어 반도체가 필수 산업인지'를 근본적으로 되짚는 전문가 목소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국회를 찾은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데,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가 영위하고 있는 여러 산업 중 소위 메이저리그에 속한 산업은 오로지 이 전자·반도체 산업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우리가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양향자 의원실에서 국회 글로벌 혁신 연구포럼을 통해 주최한 '왜 한국에겐 반도체 산업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주제의 특강에 연사로 참여한 임형규 전 사장은 197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 설계와 개발 사업 등을 거쳐 사장까지 오른, 국내 반도체 산업의 궤를 함께해 온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임 전 사장은 이날 강연을 크게 ▲삼성의 반도체 굴기 과정(1976~2003) ▲메모리 반도체 성공 요소(시장환경, 국가의지, 기업경영) ▲한국반도체 산업의 미래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일본·유럽이 장악하던 이 산업이 1990년대 디지털혁명으로 판도가 바뀌며 한국·대만이 주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전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폭제는 1977년 PC의 등장이었다. 인터넷 연결 서비스부터 시작해 모든 신호 처리가 디지털화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올라갔고, 1992년 디지털 전자의 등장에 이어 2007년 스마트폰이 탄생했다. 지난해부턴 자율주행·AI가 본격 등장했다. 각각 15년의 시차로 일어난 전자정보산업의 변화다.
임 전 사장은 "변화를 주도한 기업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 기업이 바로 오늘날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큰 축인 삼성전자다. 실제로 최근 30년간 세계 전자 산업을 이끌던 주류 산업 지형은 크게 뒤바뀌었다. 지난 1990년대 미국-컴퓨터(IBM, MS), 유럽-통신(노키아), 일본-컨슈머(소니)로 대표됐던 산업 지형은 오늘날 미국(애플), 한국(삼성전자), 중국(화웨이)로 대체됐다.
반도체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CPU(인텔), 유럽-통신칩(노키아), 일본-메모리(도시바) 등으로 대표되던 정보산업 지형은 오늘날 미국(GPU, 엔비디아), 한국(메모리, 삼성), 대만(파운드리, TSCM)로 탈바꿈했다. 이미 시작된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기술혁명으로 향후 또 한 번 대대적인 지형 변화도 예고된다고 임 전 사장은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지형에서의 가치 위상이다. 임 전 사장은, 한국이 1~4차 산업혁명기 탄생산업 전 분야를 통틀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유일하게 전자·반도체·배터리 쪽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3~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유럽은 글로벌 점유율을 많이 뺏겼고, 미국은 여전히 주도하고 있다"며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한국이 다른 산업 실력에 비해 전자·반도체 분야만 유일하게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다는 점이다.뿌리를 가지고 어드벤티지를 살릴 수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향후 산업혁명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를 공급하면 이 메모리를 사가는 기업들의 동향, 즉 산업 움직임 파악에 유리하고 거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주도권을 뺏긴 일본과 유럽이 최근에 왜 반도체 기반을 다시 찾기 위해 그리 애쓰는지도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형규 전 사장은 이러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더불어 나노(초미세) 산업의 거점 산업이 2차전지, 디스플레이, 첨단 소재 등이 있다는 점을 꼽으며 "반도체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미중 갈등을 놓고서도 "한국 기업들엔 오히려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국제 정세, 4차 산업혁명에서의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 모빌리티·자율주행에서 시작된 변화 등이 우리 전자·반도체 산업에 충분히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 전 사장은 이를 위해 기술력과 인재가 가장 근본적인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를 향해 세액공제·이민정책 등으로 업계 인력 유입을 장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임 전 사장은 "반도체 경쟁력의 요체는 기술 인재다. 이들이 사실상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인재의 수준이 기술을 결정한다. 투자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을 나라가 가진 하나의 큰 자산이며, 해당 기업은 나라를 지키는 군단이라는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을 주최한 양향자 의원은 앞서 환영사를 통해 "일본보다 30년 늦게 출발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올해로 딱 30년째 글로벌 1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과 대만이 TSMC와 소니의 합작으로 다시 한번 반도체 강국 몸부림을 치는 등 기정학(技政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과 입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회재, 홍정민, 김성원, 박수영, 배준영, 서정숙, 조명희, 조은희, 최재형, 이은주, 조정훈, 양정숙 의원, 최운열 전 의원, 정중규 전 국민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는 등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초당적인 관심이 쏠렸다.